임꺽정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고석정

2013.09.01 09:00:00

KBS 예능 ‘1박2일’에서 김종민이 낙오돼 마치 신선놀음하듯 담당 피디와 오목을 두던 곳. ‘추노’, ‘상어’, ‘닥터진’ 등 각종 드라마의 촬영장소. 이들은 모두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에 위치한 고석정에서 촬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탄강의 푸른 물줄기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리며 철원지역 최고의 경관을 만드는 고석정. 수려한 풍광뿐 아니라 전설과 아픈 역사까지 깃들어 있다는 그곳을 찾아가 보았다.


임꺽정의 은신처, 자연이 만든 요새

강원기념물 제8호. 철원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 중류에는 철원팔경 중 한 곳인 고석정이 자리 잡고 있다. 고석정은 강 중앙에 서 있는 10m 높이의 고석바위와 고석정자, 이 일대 현무암 계곡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명조 때 활약한 의적 임꺽정의 은거지가 바로 이곳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로 알려진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임꺽정을 조선 3대 도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임꺽정은 우리에게 의적(義賊)으로 통한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적질이 아니라 관아를 털어 탈취한 곡물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 주었고, 이런 행동을 계급층에 대한 농민의 저항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구월산에서 관군에 잡혀 사형되기까지 고석정자 맞은편 산 정상에 석성(石城)을 쌓아 근거지로 삼고 이곳 절벽 중간에 있는 자연 석굴 속에 은신처를 만들어 생활했다고 전해진다. 절벽 끝 소나무 밑동에 밧줄을 걸어 석굴 속을 오르내렸다고 하니 그의 은신생활이 참 힘겨웠을 듯했다. 지금은 관광지 중앙에 위치한 임꺽정 동상이 마치 지금이라도 살아 움직여 탐관오리를 벌해 줄 것만 같은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왕과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던 그곳
임꺽정의 전설이 내려오는 고석정은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이곳에 머물며 노닐었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진평왕은 고석바위 맞은편에 10평 규모의 2층 누각을 지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때의 정자는 아쉽게도 6·25전쟁 때 불에 타 소실됐고, 1971년에 재건됐다.

왕부터 풍류객까지 두루 즐겨 찾는 명소였다는 고석정은 소나무를 머리에 인 채 우뚝 선 고석바위를 중심으로 U자로 흐르는 한탄강 강물을 따라 양쪽으로 가파른 절벽이 비경을 이루는 곳이다.

고석정의 빼어난 경관은 화산폭발이 낳은 자연의 걸작이다.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화산폭발 지대로 고생대 현무암 분출로 용암대지가 형성됐다. 이 대지 위로 한탄강이 흐르며 화산폭발 덕에 기괴한 모양의 돌을 많이 볼 수 있다. 고석바위도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심원 모양으로 평행하게 생긴 균열인 ‘판상절리’를 찾을 수 있다.

고석정은 뱃놀이와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고석정 아래로 난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선착장에 다다른다. 뱃삯으로 대인 4000원, 소인 2000원을 지불하면 작은 통통배를 타고 돌며 일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안전을 위해 비치된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배는 먼저 한탄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간다. 상류는 하류에 비해 계곡이 넓은 편이다. 양쪽으로 쭉 늘어진 절벽과 맑은 강, 푸른 하늘이 빚어내는 강산풍월을 거느리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강변에는 바위와 자갈이 널려 있는데 용암지대답게 현무암을 비롯한 특이한 생김새의 돌들이 많다. 그렇게 계속 경치를 즐기다 보면 강 한편에 거북이와 잉어를 닮은 거북바위와 잉어바위를 볼 수 있다. 이 바위를 지나면 뱃머리를 돌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철의삼각전적관
임꺽정의 은신처인 고석정 입구에는 6·25전쟁을 기념하는 전적관이 들어서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겠지만 이곳이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를 펼쳤던 곳이기 때문이다. 철원평야를 가운데 두고 평강을 중심으로 철원과 김화를 기반으로 삼각지대를 이룬 이른바 ‘철의 삼각지’는 북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6·25전쟁 동안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격전 당시 주변 계곡이 피 때문에 붉은 물이 흘렀다고 하니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철원군은 1989년 이곳에 철의삼각전적관을 세워 안보 교육장으로 삼았다. 전적관은 총 2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다. 통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북한의 정치와 군사를 소개한 전시물이 눈에 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여권, 교과서, 술 등의 전시품을 보니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이 지레 짐작된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6·25전쟁 당시의 무기와 대남간첩이 사용했던 무전기, 암호가 전시돼 있다. 전적관 앞마당에는 6·25전쟁 때 사용했던 폐항공기 4대와 전차, 장갑차, 평사포를 전시해 아팠던 역사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고석정 여행 팁 승용차 네비게이션 포인트
고석정(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태봉로 1825)
철의삼각전적관 관람시간
하절기(3월~10월) : 09:00~18:00
동절기(11월~2월) : 09:00~17:00
휴관일 : 매주 화요일, 어린이날, 명절 연휴(설날, 추석)
주차비 소형 2000원 / 대형 5000원
홈페이지 www.hantan.cwg.go.kr/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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