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지식위주의 암기식 수업을 받아왔으며, 학업성적은 주로 단편지식을 알아보는 선다형·단답형 중심의 지필고사 시험점수로 평가해 왔다. 이러한 교육풍토에서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시험성적을 얻어야 상급학교 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 꿈과 끼를 찾아볼 여유도 없고, 학교교육에서 성취감, 만족감, 자신감, 행복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지식위주의 수업방법과 평가제도는 창의적 인재양성과 올바른 인성 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언어, 수학, 과학 학업성취도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상위권이지만, 학습흥미나 학습만족도는 최하위권이라는 특이한 현상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학교교육의 왜곡현상을 해결하고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목표 및 국정과제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화를 통해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교육과 창의·인성교육을 실현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유학기제’를 제안하였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2학기에 전국 42개 중학교에서 시범운영해 왔으며, 2014년에는 38개학교를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하였고, 15년에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를 확대·지정할 예정이고, 그리고 2016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게 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의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참여학습과 체험학습을 통해 자신의 재능·적성·창의력 등을 발견하여 보다 큰 꿈과 끼를 살려주고, 학생들이 학교교육에 만족감을 느끼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므로 자유학기제는 ‘수업의 주인공이 학생이다’라는 교육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를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교실수업에서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라는 교사의 수업방식과 학생의 학습방식으로부터 자유학기제는 ‘교사는 학생을 일깨워주고, 학생은 스스로 깨우친다’라는 교수·학습방식으로 교실수업을 혁신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깊이있게 검토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있다.
첫째,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목적의 성취여부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충분한 연수과정과 워크숍을 통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시켜 주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참여학습과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과정, 학습활동, 산출물, 포트폴리오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교사들의 전문성과 기술을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자유학기제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 운영방식에 대하여 학부모들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에서 중간·기말고사 폐지로 학력저하를 가져온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자유학기제에서 기본 교과수업은 핵심성취 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참여·체험·활동·탐구수업을 진행하고, 그리고 진로탐색, 동아리활동, 학생 선택프로그램, 예술·체육활동 등을 통하여 학생 자신의 꿈과 끼, 재능과 적성, 창의성과 인성을 두루 계발시켜주려는 교육시스템이라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습프로그램을 학교별로 개발하게 되므로 학교별·지역별 특성에 따른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운영실제의 격차를 해소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본교과학습은 학교간·지역간 공통성취수준을 설정해야 하고, 지역공동 자율과정 운영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고 창의·인성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학습욕구나 학습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과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학생 자신의 꿈과 끼를 스스로 찾도록 하려면 적어도 다양한 꿈의 종류와 끼의 유형을 직접·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다섯째, 자유학기제의 자율과정인 진로탐색,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활동, 학생선택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실행하려면 공공기관, 기업, 지역사회단체 및 인물 등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시도교육청과 지자체는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여섯째,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하여 학년별 교과목별 필수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통합·융합교과적 수업을 용이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자유학기제의 적용학기를 점차적으로 확대해야 하고, 자유학기제를 초등학교, 고등학교까지 점진적으로 확대·적용하기 위한 기초연구 수행과 함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참여·체험·협력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의 재능·적성·창의성을 계발하고, 인성·사회성 함양과 자신감을 길러줌으로써 행복교육을 실현하고, 학교교육에 대해 만족감을 갖는 ‘행복학교’를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행복학교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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