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에 운동장에 부쩍 학생들이 늘었다. 계단에서 운동장까지, 축구공으로 거리낌 없이 장난치는 남학생들의 생기 있는 모습에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교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교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4월은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추위에 하지 못했던 체육활동과 더불어 체험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백현중학교도 올해 첫 체험학습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 전화위복의 계기 돼야벌써 1년이 지났다. 단 한명의 학생도 돌려보내지 않고 삼켜버렸던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꽁꽁 얼었던 땅은 질척함을 남긴 채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사건 이후 많은 학교들이 계획했던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신백현중은 학교마다 몸을 사리고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던 체험학습을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 제일 먼저 재개했다.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소진형 교장은 다양한 교육경험을 무조건 제재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체험학습 과정을 준비 단계부터 새롭게 바꿨다. 전교생 또는 학년별로 실시하던 기존의 야외학습과 달리 모든 것을 학급별로, 학생들 스스로 계획해 결정하게 하였다. 아울러 전문가를 초빙해 전 교원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 후, 학급별로 2명의 교원이 동행하여 안전을 책임, 관리하도록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반별로 관심사에 따라 스스로 정한 현장학습 프로그램에 더욱 큰 흥미를 느꼈고, 적은 인원을 통제하는 교사들의 책임감도 커져 오히려 안전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 반신반의 했던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 모두 만족한 체험학습이었다. 소 교장이 추진한 방법은 이후에 교육청에서 정한 현장체험학습 안전 매뉴얼과 거의 흡사했다. 이와 같은 특별한 노력으로 성남 신백현중은 2015년 안전교육 연구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재미있는 안전교육, 실질적인 안전대책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과 교육과정 전반에 관한 총체적인 반성과 전환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교육부는 최근 7대 안전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7대 영역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신변안전, 약물·인터넷 중독,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 등으로 그 아래 25개의 중분류, 52개의 소분류로 구성돼 있다. 체계적이지만 무척 광범위한 내용이라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교과수업만도 벅찬데 안전교육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까. “과학 시간에 전해질에 대해 배우는 단원이 있습니다. 우리 몸에 전류가 흐를 수 있는지 간단한 실험을 하는데 이때 재난 안전 수업도 곁들여 진행합니다. 몸에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낙뢰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아울러 대피요령도 알려주는 것입니다.” 교과부장 윤경림 교사는 따로 시간을 내 안전교육을 하기보다 과목마다 수업내용과 안전교육을 연계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생들이 안전교육을 지루해 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1등 7만원, 2등 4만원, 3등 3만원 등 상금을 걸고 반 대항으로 실시한 안전캠페인에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김재우 학생(2학년)은 “안전구호, 피켓 만들기 등 캠페인 기획부터 모든 준비를 우리들 스스로 하면서 안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며 ‘안전캠페인 학급별 경연대회’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매월 4일은 신백현중 안전점검의 날이다. 이달은 봄철 산불 예방 운동을 하고, 전교직원 대상 안전교육 및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반복을 통한 체득만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장선생님과 하이파이브, 친구와 프리허그를소 교장은 등교시간, 교문에 서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로 인사를 한다. 처음엔 쭈뼛거렸던 학생들도 이제는 교장 선생님께 직접 건의사항을 말하는 등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험 보는 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초콜릿 음료 나눠주기’,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캐릭터 인형 프리허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매일 아침 등굣길 풍경이 떠들썩하다. “이것이 바로 소통입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파악하는 것이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아침맞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 소 교장의 말이다. 2015 안전교육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된 성남 신백현중학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