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안 되면 교사 탓

2015.05.01 09:00:00

많은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 있어 ‘교사란 어떤 존재일까?’ 학교가 이미 ‘입시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고,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교사 탓’이라는 사회 일각의 불신풍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교사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오늘도 노력중이다


오늘날 교사들은 힘들다. 일반 직장인들보다 일찍 학교에 출근하여 등교지도, 아침 조회에 이은 학생 출결파악, 수업준비, 하루에도 몇 건씩 쏟아지는 각종 행정 공문 처리, 수업과 학생생활지도에 관련된 각종 교내 위원회 참석, 교사마다 할당된 고유 업무를 위한 각종 출장, 학생 수행평가 준비 등을 하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인들에게는 달콤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에는 급식지도를, 일반 직장인들의 시기어린 질투의 대상인 ‘방학’에는 학생지도와 교원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연수에 참석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교사란 어떤 존재일까?’ 교사는 계층 및 사회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을 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학생 한사람 한 사람의 고귀한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성직(聖職)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獨學孤陋(독학고루)라는 말이 있다. ‘스승이 없이 혼자 배운 사람은 식견(識見)이 좁아 몹시 고루(固陋)함’을 일컫는 말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역시, 같은 의미이다. 즉, 훌륭한 스승 밑에서 배우고 자란 사람이 큰 인물이 된다는 조상들의 유언이다. 고대 헬레니즘 세계의 창시자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이 누구였던가.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이다. ‘문화와 예술, 학문’을 중요시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결과, 후일 동서양의 세계문명을 융합하여 꽃피우게 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반화의 오류, 교육활동 부작용만 부각되는 이유
그럼 세계화와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확장된 2015년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최근 뉴스를 보면 ‘학생은 교육현장에서 피해를 보는 존재’로 각인되는 듯하다. 물론, 지난 수십여 년 간, 안정되지 못했던 정치 환경과 최선의 결과만을 추구하는 산업화 시대의 영향을 받아 교육현장이 학생들의 자율권과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촌지를 받는 극히 일부 비리교사들로 인해 대다수 교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고, 특정한 일부 교사들의 체벌사례를 마치 학교현장에 만연된 듯 인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셀 수 없는 교육활동 중에 유독, 교육활동의 부작용이나 학생 인권 침해 피해 사례가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사회계층간의 빈부 격차 심화’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과열된 경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창시절 ‘바르게 사는 법’, ‘규칙과 질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런데 학교를 떠나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바르게 사는 법’이 자신에게 결국 피해가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정직하게 살았는데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열심히 사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너도 나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대학입시 경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고, 지금은 특목고, 자사고 등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고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암울한 현실의 반복, 힘 빠지는 교사들
그런데 교사들은 누구인가? 이 땅의 대다수 교원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계층과 지역적 차이에 따라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배운 지식을 아낌없이 전수하며 학생들이 올바르게 자라도록 인도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교원의 역할을 다른 사회 구성원들 중 누가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사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만큼 ‘대가’를 받는다. 우수한 성적과 입식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인성’보다는 ‘성적’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성적’만을 추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 명문대학으로 진학한 대학생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했던 사례를 우리는 볼 수 있었다. 공부해서 잘되면 ‘내가 잘해서 된 것’이고, 좋은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학교교육으로 책임을 돌리고’, ‘대학생이 되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못 배운 탓’으로 돌리는 암울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성공은 ‘나의 노력’ 덕, 실패는 ‘나의 환경과 제도’ 탓
오늘날 학교현장 및 교사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은 상당부분 그 원인을 ‘학생 자신이나 가정환경’에서 찾아보지 않고, 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혹은 ‘교사’에게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심리학에서는 개인의 성향인 태도나 특성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을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개인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 ‘나의 우월성’에서 찾고, 실패는 ‘나를 둘러싼 제도 및 환경’에서 찾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급적 동창회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사적 모임에서는 교원(敎員)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이 ‘자신이 불행하게 사는 것’, 아니 모자라 ‘내가 이렇게 된 것’을 00학교 시절 교사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 현실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불행하게 된 원인은 대부분 ‘본인 자신’에게 있었으며, 학교는 ‘본인이 공부를 못하게 만든 곳’, 교사는 ‘나를 괴롭혔거나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어패가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과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일부 몇 사람의 경우를 제외하고, ‘내가 잘 된 것은 내 자신이 똑똑하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곤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은 한결같이 ‘출세나 금전적 이득’을 뚜렷하게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울분보다 ‘반성적 성찰’을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채일동 서울혜원여자중학교 진로진학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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