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받고, 평가 당하고... 교사는 슈퍼 을(乙)

2015.05.01 09:00:00

교원평가 시기가 돌아오면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온다. 학부모에게 평가해달라고 통사정하고, 아직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평가 당한다. 낮은 평가가 나오면 ‘그럴 줄 알았지’라고 하고, 높은 평가가 나오면 신뢰도가 없다고 한다. 수업은 물론 말투, 행동, 옷차림, 표정까지도 평가대상이 되고 있다는 그들은, 이 시대의 ‘슈퍼 을(乙)’이다.



‘교사로 살아가기’ 참 힘들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고사하고, 자존심에 상처받거나, 폭행당하고, 협박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요즘 세상인지라, 많은 교사들이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넘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사 수난 시대’, ‘교사는 슈퍼 을(乙)’이라고 말할까.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교사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잘 따르고 행동했었다. 그러나 교육이 수요자 중심의 경제논리로 취급되면서, 교사에 대한 예우와 교권이 무너졌다. 또한, 교원노조의 출현으로 교직을 보는 관점이 성직관(聖職觀)에서 노동직관으로 급격히 변하고, 교사존경에 대한 의식이 흔들리게 되었으며, 교사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인식이 교권 추락을 가속화했다.


교사를 향한 갑질, 위축되는 교육활동
‘좋은 교육’은 우수한 교사에 의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정책들은 교사의 사기진작을 뒤로하고, 교사의 지도 권한인 교권을 경시하면서 수요자 중심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을 깨울 수도, 면학분위기를 흐리는 학생을 제재할 수도 없는 교실붕괴로 이어졌고, 학교폭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 마디로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심지어, 학생들로부터 구타당하기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렀으니, 많은 교사들이 미련 없이 교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이 늘어나고,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교권침해는 결국, 교사의 지도력을 무능하게 하여 교단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교사를 평가하고, 감시하고, 비난하는 지나친 '갑질'행동이 계속되는 한, 교사의 교육활동은 더 위축되고 사기저하의 악순환도 계속되는 것이다.


말투, 행동, 외모 등 이미지까지 평가받는 교사들
현재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교수활동은 물론, 이미지까지 평가받고 있다. 교사의 말씨, 행동과 자세, 심지어, 개인적 외모관리 성향 등도 평가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년 초, 교사와의 만남이 학생의 일 년간 교육성과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이미지와 태도 평가는 학부모의 교육욕구가 된다. 따라서 학생과의 잘못된 만남은 학부모와의 갈등과 담임 교체라는 극단적 상황과 요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등교사는 초등교사와 달리, 학생들이 교사의 첫 수업부터 학원 강사와 직접 비교 평가한다. 물론, 학생 개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하지만, 이는 일 년 동안 학생의 학습태도와 성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교사가 학원 강사보다 재미없고 잘 가르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의 학습참여와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년 초부터 학생 눈높이에 맞춘 이미지 관리는 물론, 교과수업에 대한 철저한 교수계획과 준비를 해야 교육할 수 있다는 부담에 힘들어 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사는 미성숙한 학생과 교육의 비전문가인 학부모에게 ‘한두 차례 공개수업’으로 평가를 받는다. 평가 결과가 ‘미흡’ 이하일 경우에는 자율이 아닌 강제로 교사연수를 받아야한다. 어린 학생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우리 정서에도 맞지 않는 일이며, 교사가 그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은 괴로운 것이다. 게다가 비전문가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평가결과를 가지고, 교사연수를 강요하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정책이다.
교원성과상여금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입 초기부터 말이 많았던 교원성과상여금제도는 교직의 업무 특성상,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교육하는 대상이나 교과과목이 다른 교사 간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은 타당성이나 객관성이 없다. 그러함에도 교직사회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아래 몇 가지 평가지표로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교사 간 갈등과 위화감만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교원의 성과상여금제도는 반드시 교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 근무성적평정 또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사의 근무성적평정은 교육자로서의 품성, 공직자로서의 자세,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를 평가하는 것으로 매년 연말에 상대평가로 이루어진다. 이는 승진에 중요한 가산점이나 교사전보 시 가산점으로 평정되어 간혹,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휘말려 상하 또는 동료 간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근무성적평정은 교사를 서열화하기 위한 평가나 가산점보다 교사의 자기반성과 올바른 교직성장을 위한 교직평가로 개선되어야 한다.


평가, 평가, 평가 … 교사는 피로하고 불안하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김성규 경기 당촌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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