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인가?
현재 진행되는 개정교육과정 작업이 ‘미래형’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전혀 미래형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교육과정보다 못한 내용들이 많이 편성되어 있어서 결국 학교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한겨레」가 최근 실시한 교육 설문 조사에서 국민 대다수는 초·중·등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에 반대했다. 지난 8∼9일 실시한 한겨레 사회 정책 연구소 조사를 보면 교육과정의 잦은 개정에 대해 응답자의 77.6%는 ‘교육 혼란 등 문제가 크므로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전문가들조차 한번 개정에 못해도 5년 이상 걸린다고 입을 모으는 교육과정 개정이 최근 8년 사이 크게만 세 번이나 이뤄졌다.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학교 교육의 ‘밑그림’이다. 2007년과 2009년에 총론 개정이 있었고, 올해 9월 다시 총론과 각론이 고시될 예정이다. 2011년 교과 교육과정, 2012년과 2013년 총론 부분 개정까지 고려하면 교육 현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몸살을 앓은 셈이다."(<한겨레> 2015. 3. 16. '교육과정 너무 자주 바뀌어…최소 5년 이상 건드리지 말자')
교과끼리 연계성이 없는 교육과정
"교육부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 세 교과 간의 중복 문제에 대처하면서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대 주제를 통일했다고 했다. 통합 교육과정이 교육과정상에서는 적정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교과 내용으로, 수업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 명료성의 초점이 갈수록 흐려져 교사들이 체감하는 교육과정상에서는 중복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통합 교육과정의 개발 단계에서는 궁극적으로 수업 상황에서 전개되는 내용도 동시에 고려되면서 교육과정 내용의 배타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학습 내용이나 수준에만 국한하지 말고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한국교육신문> 2013. 11. 11. '잦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뒤죽박죽'…재구성 의지 중요')
우리 교육과정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각 교과 간 연계성이 적거나 없다는 것이다. 4학년 국어 시간에 특정 주제(단원)를 가르치거나 배우면, 수학, 사회, 과학, 미술, 음악, 체육 시간 역시 그 주제에 맞게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체육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등학교 교육 목표인 지덕체를 고루 갖춘 전인적인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
각 교과가 전혀 관련성이 없다보니 가르치거나 배우는 데도 개별성만 강조되지 협력은 부족하다. 물론 요즘 많은 교사들이 재구성이나 주제 통합에 관심을 갖고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관점에서 각 교과들이 관련성 있게 구성됐다면 이런 수고는 덜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생각하는 교육과정이 기본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년별로 가르치고 배워야 할 내용들을 관련성 있게 짚어 나갈 수 있다.
기획 단계부터 관련자들이 모여 이 부분을 세밀히 짚어 나가고, 교과서 집필진 역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구성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각 교과 나름대로 전개해 나갈 때, 각 교과마다 고유성을 지키면서 다양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교과서 연구나 집필을 위해서는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고, 무엇을 흥미 있어 하며, 어떤 내용이 도움 된다고 보고,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를 잘 아는 선생님들을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만들어진다. 교과서는 그 나라 교육의 얼굴이다. 이왕 만들려면 잘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 아닌가? 급조해서 만들기보다는 백 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세우고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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