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사라진 마음, 되돌릴 수 없을까?

2016.10.01 09:00:00

‘인성’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행해야 하는 최소한의 상식적 언행을 뜻한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위기 순간에 직면하면 ‘이렇게 또는 저렇게 행동하라’는 사전적인 교육이나 규범이 없어도, 무의식으로 즉각적인 구조 행동을 펼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 해 전, 인상 깊게 본 동물 다큐멘터리 장면이 떠오른다. 사냥을 마친 표범이 어미의 죽음을 목격한 새끼를 보고, 나무 위로 옮겨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면이었다. 약육강식의 법칙 속에서 살고 있는 동물 세계 역시 생명을 대하는 태도는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제 갈 길만 바쁜 사람들
지난 8월 대전에서 급성 심장마비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진 택시기사를 승객 2명이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다른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들은 심장이 멎은 택시기사 옆으로 팔을 쭉 뻗어 차 열쇠를 뽑아 트렁크에 실려있던 골프 가방과 짐을 꺼내 다른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택시에 탔던 승객은 사고 2시간 후 경찰서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공항버스 탑승시간 때문에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를 방치하고 자신의 물건만 챙겨 떠나버리는 행위는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비인간적인 행위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간접 살인 행위이다. 누리꾼들은 택시기사를 두고 간 승객들을 향해 ‘비행기를 놓치더라도 사람을 살렸어야 했다’, ‘119에 전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정말 매정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촌각을 다투는 위험 상황에서 119에 전화 한 통만 걸고 떠났어도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그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 응급상황이나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지 않고 그냥 지나쳤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 조항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
사람의 인간성, 또는 됨됨이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본인도 모르게 고스란히 인간의 본색은 드러난다. 가슴에 숨긴 빨간색 물감은 맑은 날에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오면 제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겉옷에 물들고 만다. 기본 됨됨이가 안 된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본성을 드러낸다. 평소에는 천사처럼 친절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 앞에서는 재빠르게 이해타산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TV 프로그램이 관찰 카메라를 통해 유명인들에게 황당한 사건을 제시하는 것도,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모습에서 개인의 품성을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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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영신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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