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 말이 목마르게 하라

2016.10.27 19:40:56



국내외 교수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백 회 실시한 ‘최고의 교수법’ 강의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수업에 관심 없는 학생들을 이끌어 공부하게 만들 것인가’였다.


이 점에서 성공적인 수업을 위해 교사는 수업 경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수업 경영 능력이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고 싶도록 유도하는 능력, 의욕을 가진 학생들에게 원하는 도움을 주는 능력,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배움의 길을 스스로 걸어가도록 이끄는 능력 등을 일컫는다. 구체적인 수업 상황 속에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학생들이 실제로 학습에 전념하는 시간을 높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그 중 배워야 할 내용을 배우고 싶도록 유도하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르침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비유로는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으나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비유는 학생을 배움의 문턱으로 끌고 가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지만 배움 활동은 학생의 몫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 과거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을 때, 자신의 재미없는 수업은 생각지 않고 학생 핑계를 대며 이 비유를 쓰던 선생님들이 종종 계셨다. 하지만 이 비유는 ‘말 물고문 시키지 말라’, 긍정적 진술로 바꾸면 ‘말이 목마르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목마르지 않은 말을 억지로 물가로 끌고 간 후에 말의 머리를 물속에 처박으면서 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고문이다. 수업 중에는 물고문 수준의 수업도 있다. 학생들이 몸을 비틀고 몽상에 빠지는 등 집중하지 못하거나, 옆 사람과 떠들고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는 물고문이 고통스러워 표출하는 몸짓으로 봐야 한다. 아예 잠을 청하는 경우는 물고문의 고통을 잊고자 하는 학생 나름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이런 수업을 하는 교사(수)가 있다면 그는 매달 월급날이면 한 달간 남의 집 귀한 자녀를 물고문 시킨 대가로 고문료를 받는 셈이다.


물고문이 아닌 ‘수업’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이 목마르게 해야 한다. 목이 마르면 굳이 물가로 끌고 가는 대신 냇가로 가는 길만 가르쳐줘도 말은 즐거워하며 달려가 물을 마실 것이다. 즉, 수업을 할 때는 내용을 제공하기 전에 먼저 배워야할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지적 갈증 혹은 호기심을 느끼도록 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학생들이 배울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왜 그 내용을 배워야 하는지, 배우는 내용이 학문 체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향후 배울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현실 세계 또는 학생들이 추구하는 직업세계와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등 배울 내용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하거나 이를 깨닫도록 유도하는 활동을 먼저 해야 한다. 제품 판매에 비유하자면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제품 판매에 성공하려면 판매자가 그 제품의 가치를 확신하고 있어야 하듯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가르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르치는 사람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수업 첫 시간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주제가 크게 바뀔 때마다 수행돼야 한다.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의 저자 캔 베인이 교수법 강연을 할 때 이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섯 명 정도의 교수를 지명해서 청중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3분 내로 설명하도록 한 후 몇 명이나 그 과목을 수강하고 싶은지 손을 들어보도록 한 것이다.


나의 첫 수업을 듣고 학생들이 한 학기 수강 여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면서 첫 시간을 준비해보자. 교사와 학생의 행복감은 배가 될 것이다.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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