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선배의 수시합격에 1‧2학년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2016.11.23 10:53:30

“선생님, 저 고등학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갈래요.”

점심시간. 1학년 여학생 몇 명이 찾아와 다짜고짜 물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표정이 워낙 진지하여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만 알았다.


“선생님, 지금 학교를 그만두면 어떻게 돼요?”
“그게 무슨 말이니?”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나요?”
“……”


순간, 남은 기간 열심히 해 그간의 성적을 만회할 생각은 않고 단지 1학년 1학기 때까지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갈 방법을 묻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모름지기 최근 발표되는 고3 선배들의 입시 결과를 지켜보면서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대학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중요성을 알고 그 방법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다시 고등학교에 다닐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나를 찾아온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말이 맹랑하게 들렸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우선, 대학입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번 수시모집에서 좋지 않은 내신에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몇 명의 고3 선배의 예를 들려주며 포기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 아이는 지금까지(1학년 1학기)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며 검정고시로 대학에 갈 방법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이들의 생각이 일시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남은 입시에 벌써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한편, 늦게나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에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기말고사가 남아있는 터라, 포기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재차 주문하며 아이들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아이들이 돌아간 뒤, 문득 떠오르는 한 제자가 있었다. 졸업한 지 다소 오래됐지만,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녀석은 매번 고사를 치른 뒤, 생각보다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자퇴를 하겠다며 담임인 내 속을 어지간히 썩이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공부가 인생 전부가 아니라며 녀석의 자퇴를 막았으나 결국 녀석은 끈질긴 설득에도 자퇴를 강행했다. 그리고 자퇴한 뒤, 녀석은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공부했으나 검정고시 점수가 워낙 낮게 나와 본인이 원했던 대학에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나중에 학교에 찾아온 녀석은 내 말을 듣지 않고 학교를 그만둔 것에 후회했다.


이렇듯, 아이들은 한순간의 판단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물론 아이들의 판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다만 내신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어리석은 일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수시 모집 최종합격자가 발표되고 있는 요즘, 학교는 평소 공부하지 않았던 1‧2학년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변화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매시간, 엎드려 있던 아이들까지 일어나 수업에 집중하여 교사들이 놀라곤 한다. 분명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과의 대학 진학상담이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며, 학교 차원에서 아직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에게 진로캠프를 열어 자신의 적성에 적합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특히 내신 성적이 좋아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열심히 한다면, 본인의 현재 성적으로도 갈 수 있는 대학 전형이 많다는 것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고3 선배의 합격 예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부여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본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할 것이며 대학에 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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