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첫날,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혼쭐이 났다

2017.03.04 21:33:06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마지막까지 가기를 기대해 본다

긴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복도에서 만난 아이들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반과 담임선생님을 말하며 좋아했다. 

"선생님, 저 O학년 O반 되었어요. OOO 선생님이 담임이에요. "

개학 첫날. 3교시, 3학년 O반 영어 시간. 수업대신 아이들의 새 학년 다짐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2학년 때까지 공부를 하지 않고 말썽만 피운 한 여학생은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을  실감한 듯 나를 보자 힘주어 말했다. 

"선생님, 올해는 반드시 제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그래, 열심히 해서 네가 원하는 대학에 꼭 가기를 바라마. "

2학년 때, 가끔 입시 상담을 받곤 했던 한 남학생은 입시와 관련하여 상담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선생님, 입시 관련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상담해 주실 수 있죠?"

수도권 소재 한 유명한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한 아이는 목표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3학년 1학기 때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물었다. 

"선생님, 저는 OO대학교에 꼭 가야 하는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죠?"

지난 한 해 영어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한 아이는 영어 성적 올리는 방법을 다짜고짜 묻기도 하였다. 

"선생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영어 성적이에요. 제발 영어 성적 올릴 수 있는 방법 좀 알려 주세요."

체육교사가 꿈인 한 녀석은 방학 내내 운동을 열심히 했다며 현 내신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몇 군데를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아이들 대부분의 질문은 입시 관련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해 보였다. 아이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하기에는 주어진 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나름대로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성실하게 답해 주었다. 

2학년 때는 시간까지 할애하며 입시 관련 질문을 요구했으나 몇 가지 질문만 한 뒤 딴청을 피우곤 했던 아이들이 고3이 된 것을 실감한 듯 입시와 관련하여 많은 질문을 던졌다. 

순간, 이런 마음 가짐이라면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대학에 합격하는 그날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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