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봄 소식을 전하는 바람을 타고 꽃 향기가 벌판을 가로질러 도심으로 흘러간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심 한 가운데 있어서 쉽게 발길을 옮길 수 있는 곳이다. 할머니와 손자 등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훤하다.
지금 도심은 선거 열기로 직설적 언어를 내뱉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계절이다. 그러나 이곳 순천만국가정원에는 꽃과 사물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어울린다. 모든 것을 치료하는 부드러움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다가 간다.
사람이든 나무든 곡선이 더 아름답다. 한 그루의 거목이 머리를 올리고서 태풍처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지나가지만 태풍은 결코 강한 존재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힘을 잃게 되는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사람도 자신을 낮추지 못하고 고개가 뻣뻣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선의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꽃 속에서 생명의 약동함을 느낀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찍어야 꽃이 나에게 화를 내지 않을까 생각이 났다.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으라는 성철 스님의 이야기도 귀에 들려 온다. 이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천 번을 써야 되는 것 아닌가?
만일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천 번은 외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를 되뇌이면서 정원 안의 꽃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해가 서산으로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