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오른손잡이 그게 뭣이 중헌디?

2017.04.12 09:40:48

더 중요한 건 우정

수업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까? 2분단 맨 뒤 자리에 앉아 있던 2명의 학생이 무엇 때문인지 옥신각신 다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두 아이는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가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심지어 주변의 아이들이 조용히 할 것을 여러 번 요구했으나 두 아이의 싸움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다툼은 교실 내 모든 아이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더는 참을 수 없어 교과 담임인 내가 중재를 해야만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두 녀석은 마지못해 싸움을 멈췄다. 그러나 두 녀석은 울분을 참지 못해 내 눈치를 보며 계속해서 씩씩거렸다. 순간, 두 녀석 때문에 수업이 방해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녀석에게 쉬는 시간 교무실에 내려올 것을 주문한 뒤 수업을 계속했다. 


쉬는 시간, 두 녀석이 교무실로 찾아 왔다. 다소 기분이 풀린 듯, 두 녀석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아이들은 교무실이 불편한 듯 가끔 고개를 들고 지나가는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다. 교무실은 아이들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장소가 교정 벤치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먼저 나눴다. 그러자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일어난 사소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수업 중에 싸운 이유를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아이들이 싸운 이유를 듣고 있는 내내 헛웃음이 나와 혼쭐이 났다. 두 녀석의 싸움은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다. 친구끼리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서로에게 상처를 줘 큰 싸움이 된 것 같았다. 두 녀석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후회했다. 그러자 왼손잡이로 보이는 한 녀석이 질문했다.


“선생님,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중 누가 더 천재인가요?”
“……”


뜬금없는 녀석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싸움의 발단은 오른손잡이 녀석이 필기하던 중, 왼손잡이 녀석의 팔을 건드린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러자 왼손잡이 녀석이 오른손잡이 녀석에게 머리가 나쁘다며 핀잔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나쁘다는 말에 오른손잡이 녀석이 왼손잡이 녀석에게 돌연변이라며 놀렸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상황에선 그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상식 몇 가지를 두 녀석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친구 간 의리이며 이번 일로 우정에 금이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특히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서로 도와가며 생활할 것을 부탁했다.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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