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야기] 배움과 가르침의 철학

2017.04.14 14:32:07

우리는 과거로부터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아왔고 교사가 된 이후에도 ‘가르치기’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배움’에 대해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객관적 지식이 존재했던 과거에 교사는 그 지식의 권위자로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생들은 가르침을 잘 받아야할 존재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있으며 수업에서 학생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을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라고 본다면 수업의 성공 여부는 학생의 배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이제 학생의 역할은 가르침의 대상이 아닌 배움의 주체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배움이 있는 수업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요즘 학교에서는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선생님들과 자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에서는 수업의 변화를 위해 보통 ‘배움중심’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현재 고교의 현실은 입시 때문에 정답을 찾아가는 수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수능이 존재하는 한 교사들은 그것이 하나의 책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수업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함께 공부하던 사회과 B선생님이 ‘거꾸로 수업’에 대해 알고 싶다며 수석교사실 문을 두드렸다. 이후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만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공부한 것에 대해 토론하면서 거꾸로 수업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B선생님은 ‘교사의 역할이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교실 수업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제 수업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거나 조는 아이들이 제법 많은 거예요. 그런 수업 상황에서 교사인 저는 소외되고 있는 것 같아 힘들었어요. 그런데 거꾸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과 실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상호작용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학습에 깊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아이들이 마치 생물처럼 움직이고 교실이 바뀌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런 변화를 보면서 B선생님은 ‘교사중심의 일방적 가르치기(teaching)에서 학생들을 안내하는 역할(guide)’로 바꾸어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가?’ ‘배움이 일어난 상황은 어떠한가?’ ‘학생이 배우는 데 영향을 미친 교사의 행위는 무엇이었는가?’에 치중할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철학을 지닌 교사가 되고자 하는 것일까.”

철학자 들뢰즈는 가르침을 배움이라는 활동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참된 스승이 될 수 있는 교사는 배움과 가르침이라는 관계 속에서 만나는 교사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교실에서 이뤄지는 수업행위를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설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교육의 장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배우는 활동’에 참여하고 교사의 ‘배움’이 학생에게 가르침으로 작용한다면 이처럼 즐거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들뢰즈의 교육에서 가르침은 부차적 위치에 있다고 본다. 배움이 우선되고 가르침은 배움의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것이다. 들뢰즈가 말하는 배움과 가르침의 관계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이 본래 기능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사회는 정답 없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는 학교에서 배운 정답대로 사회가 만들어지거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교육이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란히 간다는 측면에서 수업의 변화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 지면을 통해 수업을 과감히 바꾸고자 수석교사실 문을 두드렸던 B선생님께 박수를 보낸다. 
공정배 경기 덕소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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