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포인트] 행사의 계절, 스승의 마음 잃지 않기를

2017.05.01 00:00:00

작약이 피고 수국이 피면 어느덧 오월이다. 꽃의 향연으로 시작하는 오월은 유난히 마음이 먼저 들뜬다. 영산홍처럼 붉은 날짜들이 많아서인지 모른다.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그리고 나머지 날짜를 학교장 재량휴업일로 정해 9일간 단기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도 많다. 게다가 9일이 대통령선거일이니 8일도 재량휴업을 한다면, 4월 29일(토)부터 5월 9일(화)까지 무려 11일간의 휴업일이 생긴다.

가정의 달을 위한 배려

학생에 대한 수업을 고려한다면 파행이겠지만 어차피 5월 한 달은 이래저래 학교 행사와 맞물려 교실에서 차분한 수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휴업일로 쉬면 맞벌이 부모 등 여건이 맞지 않는 환경의 아이는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8일 만큼은 재량휴업일로 정하지 말기를 권고한 상태다. 여하튼 특별휴가를 열흘 정도 누린다는 것은 학생이나 교사에게 재충전의 시간임은 분명하다.

이렇듯 즐거운 샛바람이 불어오는 5월. 아이들이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부모와 함께 교사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가정에서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변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도록 관리해줘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시기를 가정의 달로 정했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어서다. 어린이날에 즈음해서는 11개 항으로 돼 있는 ‘어린이 헌장’을 교사가 먼저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헌장을 읽다 보면 눈물 글썽임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과연 어린이 헌장에 맞게 아이들을 대했던가’ 하는 반성의 시간도 될 수 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는 교사가 감사의 카네이션 만들기 또는 편지쓰기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처럼 소중한 일은 없다. 편지를 쓰더라도 진심을 담아 쓰도록 지도하고, 결손가정의 아이가 있다면 마음 다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체력도 교사의 몫

학교마다 다르지만 5월에 체육대회를 하는 학교가 많다. 교사는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마음껏 공을 차고 달리고 응원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즘은 ‘김영란법’ 때문에 일절 생수 한 병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은 얼굴이 벌겋게 그을리고 목이 말라서 수돗물을 들이켜는데 그 광경을 우두커니 지켜보기에는 참 딱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지원하는 학생활동비가 있으니 그 예산으로 생수 한 병과 빵 하나씩은 사줄 수 있다. 아니면 까짓것 교사가 호주머니를 털어 시원한 ‘사이다’ 한 병씩 나눠주면 얼마나 행복하랴.



5월에는 체격검사와 체력측정(PAPS)이 있다. 몇몇 학생은 별로 반기지 않지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담임이 잘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교사는 학급별로 이동하는 측정 과정에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잘 인솔해야 한다. 아울러 호흡곤란과 같은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운동과 아이의 컨디션, 건강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공부도 등한시할 수 없어

수업공개를 하는 달도 5월이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실내외 청소를 깨끗이 하고 평소 수업하는 모습을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청소 말고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교사의 애정이 드러나는 수업이다. 평소대로 수업한다고 정말 밋밋하게 수업을 한다면 부모는 금방 눈치를 채고 학생이 왜 엎드려 자는지 이유도 알 것이다. 이러한 상황까지는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초록의 축제가 펼쳐지는 5월에는 각종 교내 경시대회와 대외 경시대회들이 진행된다. 예전 같으면 여러 협회와 단체에서 백일장 대회를 개최했겠지만, 요즘에는 고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에 그 내용을 기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행사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학생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진로를 정한 경우라면 대회에 관한 각종 정보를 챙겨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엽서시 문학공모’와 같은 커뮤니티는 연간 청소년대회 일정이 망라돼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발명경진대회, 수학경시대회, 각종 UCC 공모전 등이 수시로 있기 때문에 학교로 오는 공문을 잘 챙기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아울러 대학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논술모의고사가 시작되는 시점도 5월이다. 2018년도 논술을 시행하는 대학은 31개교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의 일정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2018학년도 수시 비중이 2017학년도의 69.9%에서 73.7%로 많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교과 성적과 교내수상에 욕심을 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1차 지필고사가 끝났겠지만, 고사를 시작하는 학교도 있다. 황금연휴에 아이들이 생채기 날 정도로 뛰노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등한시하지 않도록 채근하는 것도 교사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요즘은 가족과의 체험학습이 늘어 자칫 학업에서 손을 떼고 놀러 다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체험활동은 교육과 안전이 최우선

5월의 학사일정을 보면 대부분 학교가 현장체험과 학급별 테마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안전이다.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학생들의 질서 지키기 등 기본 안전수칙을 숙지하도록 하고 교사는 항상 학생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울러 탐방하는 곳에 대한 자료를 나눠주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체험활동이 놀이공원에 다녀오는 식의 놀이문화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교육적 목표를 설정하고 다녀와서는 교사끼리 모여 평가회를 해야 한다.

진로직업인 초청 체험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학생들의 호응도를 파악해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자신의 꿈을 이룬 극적인 인생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직업인이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말주변이 없는 분이나 시의원, 시장 등 정치적 속내를 가지고 자신을 홍보하려는 이가 있다면 엄정하게 차단해야 한다.

5월 중순에 있는 안전대피훈련 중심의 재난대응훈련은 대통령 선거로 하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5월의 정점은 스승의 날

이렇듯 5월은 무슨 행사가 이리 많은지, 가정폭력 예방의 날이 있고, 성폭력 연수가 있으며, 생명존중 자살예방교육이 있다. 이런 교육도 자주 하다 보면 지루해지게 되는데 현대사회의 역기능이라 생각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학생들에게는 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생명의 전화는 전국공통 1588-9191, 폭력 사건은 학교 전담 경찰관의 번호를 알려주면 된다.

쑥스럽지만 5월의 정점은 스승의 날에 있다. 예전 같으면 옛날 선생님께 애틋한 손편지도 보냈었는데 지금은 언감생심, 감사는커녕 학생들은 저희끼리 떠들기에 신 난다. 커피 한 잔도 받으면 고발당하는 나라. 스승이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말이 참 역설적이다. 사실 뇌물 챙기는 것은 일부 정치인인데, 뭔가 누명을 잘못 뒤집어쓴 기분이다.

아무튼 스승의 날에는 학생 대표들이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정도는 달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전체 방송을 통해 스승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 스스로도 스승의 자격이 있는지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5·18 기념일은 잊지 말아야 할 날이다. 어떻게 진행됐고 지금은 어떻게 끝났는지 역사를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이다. 만약 특별교육이 불편하다면 당시를 다룬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편이지 않을까.

계절의 여왕, 5월을 준비하면서 초록초록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평엽 경기 효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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