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답은 없지만 모범 답안은 있다

2017.05.11 19:02:03

석양이 아름다운 삶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목민심서》 중에서


드디어 새 역사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은 것이다. 많은 사건들을 배경으로 탄생하는 새 정부다.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횃불을 들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노련한 선장을 뽑은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나부터 국민의 자격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함을 생각하는 날이기도 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이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가? 생각해 보면 마음이 무겁다.  겨우 10명밖에 안 되는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의 담임 노릇하기도 힘들어 하는데, 한 국가를 책임지는 자리의 무거움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니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사람이 분명하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분이길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흔히 대통령을 'VIP'로 지칭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듣는다. 어느 방송에서 들은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V는 비전을, I는 지성을, P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고. 무엇보다 그 바탕엔 겸손을 깔았으면 더욱 좋겠다고 했다. VIP(비전, 지성, 철학)에 걸맞은 리더십은 다만 대통령에 국한된 덕목은 아니다.


회사나 기업, 학교의 관리자나 선생님에게 적용해도 매우 훌륭한 덕목이다. 내가 가르치는 제자에게 비전을 보여주고 제시할 수 있는 선생님, 지성을 갖춘 선생님, 투철한 교육철학을 지닌 선생님이면서도 겸손함까지 갖추었다면 그가 맡은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책무를 다하리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한 여덟 가지 시선


이 책은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나누며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와 지혜가 될 만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준비했다. 우리의 인생시계는 모두 ‘노년’이라는 공평한 종착점으로 부지런히 가면서, 살아온 날을 추억하고 살아갈 날을 기대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 문득 힘에 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이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1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지혜를 펼쳐 놓았다. 내용이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넘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들이 직접 경험한 삶의 이야기여서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큰 글씨 책자다.  큰 글씨로 된 책들을 만지는 습관이 생겼다. 노화는 눈부터 오는 모양이다. 안경을 끼지 않고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큰 글씨 책들이 주는 편안함을 즐기게 되었다. 나에게 노년의 시작은 눈인 셈이다.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큰 글씨 책들이 도서관에 즐비하길!


물건이나 가치관, 생활양식이 새롭고 편리하고 다양해야 미덕인 지금 상황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지혜를 빌리고자 몇 사람이나 그들의 발걸음에 속도를 맞출 수 있을까? - 10대 배 윤

나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스스로 낮아지기를 몸소 보여주셨던 어르신들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렇게 소신 있게 노년을 살아가고 싶다.  - 20대 조향경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고 직장에선 가장 많은 일들을 떠맡아 매일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 30대에게 노년의 삶은 중요하지만 그리 긴급하지는 않은 과제 중 하나로 내 호주머니 속에 잠시 들어가 있다. 

-30대 류승남

요양원에 근무하다 보면 노인을 누가 어디에서 모시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노인을 대하는 일을 하면서 노인을 서비스 제공 대상자로만 인식했지 나도 노인이 된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나는 과연 나이 들면 어디에서 살 것인가?  - 40대 정은숙

나는 지금 보통의 50대 여자들처럼 갱년기에 접어들었다. ‘아, 이렇게 여성을 잃어가는구나……’ 하는 비탄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먹었다. 이건 잃고 빼앗기는 게 아니라 좀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50대 강의모

나이 들고 늙는 것을 싸워 이겨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면 친구로 삼아야 한다. 나이 들어 늙는 것과 몸과 마음이 삼위일체가 되어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오순도순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살아가면 나이 먹고 늙는다는 것을 쉽게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 60대 김용수

일흔이 되어도 욕심이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미움도 여전하다. 고집은 신념이란 이름으로 더 세졌다. 일흔이 넘으면 신선이 되는 줄 알았는데, 더 질기게 사람 노릇 하면서 살아가는 나 자신을 확인하곤 한다. 

 - 70대 정진홍

늙어간다는 것, 나이 든다는 것은 한마디로 철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종종 만난 힘들었던 시간들 앞에서 신세를 진 분들, 많은 도움을 준 분들에게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한 반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
80대 유재완


인생 길에 정답이 없듯, 노년과 나이 듦에도 정답이란 없다. 다만 모범 답안이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스로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비전과 지성, 철학을 가진 어른을 보는 것은 아름다운 석양을 보는 것만큼이나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길을 보여준다. 때로는 아프게, 가슴 먹먹하게 하는 글도 있다.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는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 올리고 싶다.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어가고 싶다.  목민심서에서 인용한 겸손과 칭찬, 넓음과 깊음을 두루 갖추며 생의 마지막 언덕을 숨차지 않게 넘고 싶다. 뒤 따라오는 인생의 후배들이 한 번쯤 올려다보며 노년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음을, 저렇게 늙고 싶다고,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이에게 다시금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장옥순 전남 담양 금성초 교사 jos2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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