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한 공부, 자존감
바야흐로 자존감 시대입니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인류 역사가 밖을 향해 질주하거나 외적인 것을 향한 탓인 지도 모릅니다. 과학이 발달해 새로운 기술로 삶은 윤택해졌지만 인간의 내면은 그 만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힐링과 행복이 대세를 이루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현재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찾는 모습을 보입니다.
저 멀리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생각한 이데아의 세계나 영혼과 육체를 나누어 생각하며 시작된 절대자에게 자신의 미래와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며 살아온 인류였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일갈하는 니체에 이르러서야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된 지 20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자존감은 인간인 내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지난한 행렬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내 존재를 부정하고 의기소침해지는 나약한 인간인 우리. 때로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아니면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를 공격해 마음의 병으로 힘들게 사는 것도 인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학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교우관계가 좋지 않거나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보면 자존감이 낮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칭찬에 목말라 있거나 다른 친구의 한 마디에 분노하고 소리 지르고 쉽게 싸움에 돌입하곤 합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를 지닌 '어린 아이'가 들어앉아 있거나 사랑 받지 못한 자아가 분노의 싹을 키우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공부로 해결할 수 없으니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약물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터지는 거의 모든 문제의 대부분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됩니다. 그것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가정환경에 기인할 수도 있고 기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도 자존감이 낮으면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지 못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가난하다고 자존감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일선 현장에서 만나고 상담하며 치료해 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읽기 쉽고 접근하기 쉽게 풀어쓴 심리 상담과 정신과적 치료 이야기를 전문적인 용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보여줍니다. 100쇄를 넘긴 이름값만큼 심오하거나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이 회자되는 까닭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아프다는 뜻입니다.
『자존감 수업』은 자존감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원장이 2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쓴 책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자주 오르는 현상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생각하게 합니다. 자존감이라는 말은 배고픈 시절에는 들을 수 없던 단어였습니다. 우선 살기에 급급했으니 정신을 들여다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요. 앞만 보고 달려와 보니 무엇을 위해 달렸는지 돌아보게 된 지점에는 어딘 가에 두고 와 버린 '마음'이라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게 된 현대인입니다.
자존감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자기 효능감'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의미하는 '자기 조절감', 그리고 혼자서도,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인 '자기 안전감'으로 이뤄집니다. 자기 안전감은 '고독력'으로 바꿔도 됩니다. 홀로 있음을 견디지 못해서 인연의 비만에 시달리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현대인. "인간의 문제는 홀로 있음을 견디지 못함에서 비롯된다"고 한 파스칼의 말은 진리인 듯 보입니다.
"바야흐로 셀프로 자존감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행복해지기 위한 온갖 방법과 글귀가 난무하지만 진짜 행복은 튼튼한 자존감에서 나온다. 건강한 자존감이야말로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27쪽
혼자서 행복할 수 없다면 둘이서도 행복하지 못합니다
저자는 자존감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줍니다. 높은 자존감을 갖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내면의 불화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조언이 사례 중심으로 친절하게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 책 제목에 '수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 보아도 연습이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읽고 배우고 통찰력을 발휘하거나 자존감이 높아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책을 거울삼아 나 자신의 자존감 정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도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인 태도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중용'의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는 '투사' 보다는 '승화'시키는 자세가 이 책의 결론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 문제를 지니지 않은 완벽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동정을 바라기보다 혼자서도 질 견디고 자라는 나무처럼, 고양이 한 마리처럼 우뚝 설 수 있는 힘은 책이나 가르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돼 좋았습니다.
어떤 습관이 내면화 돼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중 행동으로 발현되려면 적어도 3000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무심코 내뱉는 나의 말투나 자기도 모르게 나타내는 얼굴 표정이나 미소까지도 철저한 연습의 결과인 셈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나는 철저하게 나 자신이 만든 '인과응보'의 결과인 셈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버릇이나 습관은 오늘부터 이 순간부터 바꾸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하려고 마음 먹자고,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지금 당장 하자고 다짐해 봅니다.
우리 1학년 아이들에게 날마다 반복하는 말입니다. 복도에서 달리는 버릇,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는 버릇 소리지르는 버릇도 연습한 결과라고. 숙제를 안 하는 버릇도, 씻지 않는 버릇, 정리나 청소를 안 하는 버릇도 쌓이면 큰 일 난다고. 그래서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숙제를 점검하고 급식도, 책 읽는 버릇도 친구에게 소리 지르지 않기, 친절하게 말하기를 선생님이 체크하는 거라고 말해줍니다. 좋은 습관이 쌓여야 삶이 바뀝니다. 삶이 바뀌면 자존감도 높아집니다. 관성이 생기고 자동화 되면 힘든 일이 닥쳐도 그 고비를 넘길 회복력이 생깁니다.
뇌를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 행동하기
"걸어라,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처럼. 표정을 지어라. 나를 사랑하듯이. 혼잣말을 하라. 괜찮아, 누구나 이런 일은 겪어. 라고! 걷기, 표정 짓기, 혼잣말하기.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이 세 가지 행동을 할 때 활발하게 기능한다. 뇌가 가장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면 변화가 이뤄진다. 소리 지르기, 물건 때려 부수기, 남 공격하기 다른 동물들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렇게 행동해서는 뇌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 인간답게, 세련되게 살자 . -302쪽
이 책을 선택한 그대가 아무쪼록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네비게이션을 만들어준 저자에게 감사합니다. 일독을 마쳤으니 이제 자존감 수업 1교시를 마친 셈입니다. 1시간 수업으로 모든 것을 알고 깨닫는 제자는 만나기 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복습이고 되돌아보기이며 반복 연습입니다.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자존감 수업 교실에 들어와서 다시 공부하기를 반복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특별히 권합니다. 부모나 선생님의 자존감이 낮으면 자녀를 방치하거나 학대 하면서도 잘못을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자존감이 낮다면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자존감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뇌를 행복하게 해 자존감 수업의 성취도 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그날까지 3000 번의 연습을 견뎌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