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선택하라!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작가입니다. 작가는 홀로 맞서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글을 대신해 써줄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군가가 대신해서 삶을 살아줄 수도 없습니다. 세상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지만 홀로 맞서 절대고독의 높은 돌담벽을 넘어서야 괜찮은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
- 고도원의 『절대고독』 26쪽 중에서
천재로 불린 이들은 대개 고독한 삶을 살았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태어나기 석 달 전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그가 세 살 되던 해 재혼해서 집을 떠났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서 자란 셈이다. 할머니 손에 자란 뉴턴은 성장한 뒤에도 생각이 깊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함께 놀 친구도 없이 동네 아이들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매우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집안 곳곳에 해시계를 묻어두는 별난 아이였다.
한편 뉴턴 이래 물리학의 상식을 상대성 이론으로 뒤집어버린 '20세가 최고의 과학자'아인슈타인은 어릴 적부터 학습장애가 있었다. 흥미 있는 일에는 지나치게 몰두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일에는 완전히 무관심했다.
- 5쪽
말도 또래보다 한참 늦어서 5살 무렵에야 겨우 말문이 트였다. 학교 성적도 뒤죽박죽으로 수학과 물리학은 상당히 뛰어났지만 역사와 어학은 구제불능 수준이었다. 그는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에 진학했는데, 처음에는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동급생 모두가 조교로 취직하였으나, 아인슈타인은 교수에게 '게으름뱅이'로 낙인 찍혀 대학에 남을 수 없었다. 결국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면서 졸업한 뒤로도 2년이나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겨우 특허청에 취직했지만 그에게는 그 2년이 '주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실의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세상을 뒤바꿀 대발견을 한 배경에는 '고독한 일생'이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외로움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다. 대신 홀로 있는 시간을 사색으로 채웠다. -6쪽
지금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혼밥, 혼술의 시대를 향해가고 있다. 심지어 결혼을 한 사이에서도 졸혼이 유행처럼 번질 만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 벌떡 일어서는 송아지를 비롯한 여타의 많은 동물들이 혼자 사는 삶을 본능적으로 배우고 살아간다. 포유류 종들이 다른 종에 비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생애를 가지는 것으로 고등동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인간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혼자 사는 삶을 넘어 혼자 행복해자는 삶을 추구하는 문화가 세상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대인이 지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간은 물질의 풍요와 성장 위주의 삶의 행로를 질주해왔다.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 끝에서 만난 자기 자신의 모습에 공함과 허무를 느끼기 시작했다. 삶을 영위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는 순간을 빨리 터득한 사람일수록 남은 생애를 보다 충실하게 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적인 정신과의사로서 혼자를 선택한 후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혼자를 선택한 후 나의 삶을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고, 원하던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인간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이 책에는 나의 이러한 경험과, 정신과 의사로 30년을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관찰을 통해 깨달은 것을 담았다."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나 역시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카톡이나 에스엔에스조차 하지 않으며 살고 있다. 자발적 외로움과 고독을 선택한 삶 덕분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기쁨을 누리는 요즈음이다. 아무 때나 반응해줘야 하는 인연의 비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선택인 셈이다. 친구도 최소한으로 줄였으며 새로운 인간관계는 만들 생각조차 없다. 인연을 정리하는 것도 나이를 먹어가며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책을 만나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만나는 일이나 자연을 접하는 시간만은 늘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관계의 가지만 잘 쳐내도 스트레스를 확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를 줄이는 일은 그릇을 비우는 일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진리는 인간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할 수밖에 없다. 계절에 따라 존재 방식을 달리하는 나무처럼 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진리인지 깨닫는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 현상을 따라감이 옳다. 정리할 때가 되면 과감히 잎을 떨구고 열매를 내던지는 나무의 생존방식을 배우러 아침마다 산책을 나서곤 한다.
외로움을 기회로 만드는 9가지 방법
01 세상의 기준에 이별을 고하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연습을 하라!
02 무리에서 떨어져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연습을 하라!
03 인간관계는 심플하게 정리하고 진정한 내 편을 찾는 연습을 하라!
04 미움 받기를 두려워 말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연습을 하라!
05 책과 가까워지는 연습으로 자신의 힘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
06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여 삶의 여유를 찾는 연습을 하라!
07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휘둘리지 않기 위한 연습을 하라!
08 성실함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노력하지 않는 연습을 하라!
09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여 나만의 세계를 넓혀가는 연습을 하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행복도 존중해 줄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기 행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자신만의 튼실한 삶의 열매를 거둔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무처럼 홀로 서서 자신의 줄기를, 꽃과 열매를 맺으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였다. 이제부터는 외로움을 즐겨볼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 지금은 아침독서 시간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님이 이른 아침부터 내리고 있다. 비 듣는 소리, 새 소리를 들으며 아침독서 삼매경에 빠진 제자들을 보는 기쁨! 그들은 지금 책 속에서 자기를 만나는 행복한 고독을 즐기는 중이다. 독서는 혼자 행복해지는 비법 중에서도 최상의 방법이다. 아이들도 나도 지금 여름처럼 여물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