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고교체제의 평준화, 단일화의 일환으로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교육기본법 제3조는 ‘학생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48조 2항은 ‘고등학교의 교과 및 교육과정은 학생이 개인적 필요·적성 및 능력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해져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평준화된 대다수 일반고는 불법을 범하는 셈이다.
일반고 전환 정책 ‘평둔화’ 우려
어느 나라나 고교 교육개혁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진로별 학습기회를 보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교육선진국의 경우도 겉으로는 단일화된 종합고교를 표방하지만 속을 보면 진로별 학습기회 보장이 중핵이다. 이점에서 우리의 평준화와 단일화는 획일화로 귀결되는 듯해 우려가 적지 않다. 현 정부가 선호하는 평준화만이 고교교육 개혁의 능사는 아니다. 소질과 적성, 능력과 수준, 진로계획 등이 각자 다른 학생들을 한 학교에 모아두면 현재 일반고처럼 진로를 열어주지 못하는 교육과정, 8학군 집중, 조기 유학 증가, 불필요한 전면경쟁, 주인정신이 부족한 학교, 타당성이 결여된 대입시 등 적폐만 온존된다. 즉 이상은 멀어지고 경쟁만 치열한 하향평준화 즉, ‘평둔화(平鈍化)’가 명약관화하다. 외고와 국제고를 개선하는 더 나은 방안은 없을까?
첫째, 세계화, 국제화를 지향하면서 문과계 교과목을 특성화한 두 학교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비중이 높은 외고와 사회과 비중이 높은 국제고의 장점을 절충해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공통 교과목은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과목으로 대체이수할 수 있도록, 영어와 전공어 비중은 학교의 실정에 따라 외국어로 강의하는 교과목도 허용하는 등 탄력성있게 가감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립 외고와 국제고를 먼저 개혁하고 후에 사립 외고와 국제고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관할 공립 외고와 국제고로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마땅히 사립 특목고의 향후 개선 방향은 학교의 설립과 운영의 주체인 법인(이사회), 교원, 재학생, 동창회,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의사를 묻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학교 특성화, 교육과정 다양화 보장을
셋째, 외고나 국제고도 문·이과를 공히 강화한 온전한 고교로 새 활로 모색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문과를 특성화한 고교가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은 외고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고교 단계에서 좁은 교과목 위에 특성화하는 것은 문이과계에는 맞지 않고 소질과 적성이 조기 발현되고 전성기가 조기 도래하는 예체능계 고교에 더 적절하다.
넷째, 외고나 국제고 등이 국제공인고교교육과정(IB DP)을 개설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일본 문부성의 경우 중국의 모범사례를 좇아 국제화를 위해 200여개교가 IB DP를 전격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경기외고만 IB DP를 도입했고, 외국인 유학생 영입을 경기도교육청은 금지해왔다. 일부 외고나 국제고는 국내외 학생을 대상으로 한 IB DP 개설 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