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共生)의 지혜가 필요하다

2017.08.21 09:02:36

세상이 변했다. 상전벽해다. 교사의 말 한 마디는 이제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터넷을 타고 학교 울타리를 넘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진다. 사소한 농담 한 마디가 충분히 인생을 망칠 수 있다. 까짓 농담으로 한 건데 어때?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교단에 선다면 그 선생님은 언젠가는 반드시 큰 곤경에 처하고 말 것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자나 깨나 말조심을 해야 한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학부모님들은 어떤 사고를 하는지, 사회의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해야 한다.

교사의 말이 먹히던 시대는 갔다. 교사의 권위와 위엄은 찾기도 또 갖추기도 어려워졌다. 교사가 알고 있는 지식 정도는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인터넷만 있으면 핵무기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같은 지식의 일반화는 역설적이게도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켰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아직도 학생들에게 훈육 차원에서 회초리를 드는 교사가 있다면 그 선생님은 아마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거나 무인도에서 살다 온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여학생을 칭찬한답시고 등을 토닥이거나 손을 잡는 남자 선생님이 있다면 그분 또한 화성에서 살다 온 사람임이 틀림없다. 어느 여학교에서는 남자 선생님들께 여학생하고 이야기 할 때는 반드시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이야기할 것이며 더불어 뒷짐을 지고 대화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고 한다.

참으로 씁쓸한 풍경이다. 학교 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학생이 무기명으로 교육청 홈페이지에 투서를 하고 SNS나 국민신문고에 선생님들을 고발하는 게 현실이다. 또 그걸 각종 매스컴에선 선동하고 장한 일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앞다퉈 교사들을 평가한다.

물론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도 매우 중요하다. 무능하고 나태한 교사를 걸러내어 활기차고 유능한 학교 현장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나쁜 손, 못된 손을 잘라내어 명랑하고 건강한 교실을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이해 가능한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소한 일 하나를 침소봉대하여 성폭력, 성희롱으로 여론 몰이에 나선다면 학교 현장은 죽는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선에서의 교사 훈육권은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 지금 학교 현장은 학생 인권만 있고 교사의 인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하게 공생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동수 충남 서령고 교사, 수필가, 여행작가 su94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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