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교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2018.01.30 08:54:26

부부교원에서 한 사람이 은퇴를 하면 가정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리 집에선 권력 서열이 바뀌었다. 부부가 현직에 있을 때에는 현 직위라든가 호봉순이었다. 경제 원칙이 적용되다보니 가정 경제에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의 목소리가 컸다. 은퇴를 하니 연금 수입이 고작이다. 생활비 지출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목소리가 작아진다.

 

우리 집의 경우, 부부의 자가용을 맞바꾸었다. 교장 발령 받으면서 2007년 구입한 소나타는 아내에게 넘어갔고 아내가 2004년부터 운행하던 아반테가 나에게 넘어 왔다. 소나타는 구입한 지 9년이 되었지만 출퇴근 거리가 짧아 총운행거리가 7km 정도다. 아반테는 운행연도가 거의 14년 되었고 17km를 운행했다. 아내와 화성, 수원, 안성지역의 6개교 출퇴근을 함께한 애마다. 아내와 인생고락을 함께한 차량이다.

 

은퇴한 후 외출이 별로 없으니 매일 출근하는 아내가 소나타를 모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아내가 하는 말, “요즘 교감 중에서 아반테 몰고 다니는 사람 어디 있는냐?”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반테를 중고처리하고 신차를 사야하지만 소나타가 거의 신차 수준이라 소나타를 넘긴 것이다. 넘겨받은 아반테는 거의 폐차 수준이다. 오래되어 그런지 녹슨 자국이 여기저기 보인다. 굴러가는 것만도 신기할 정도다. 이 차량은 나의 비상용으로 아파트에 세워 두었다.

 

이 아반테, 여기저기 녹이 슨 자국이 눈에 거슬린다.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인생후반기 포크댄스 강사로 새 출발한 강사에게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폐차 처리 가격을 물으니 30만원이란다. 30만원이라는 가격에 처분하기 너무나 아쉬워 교육카페에 홍보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관계자와 연결되어 45만원에 매각하였다. 폐차보다 해외에서 다시 운행된다고 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아반테에 정이 들었을까? 나의 애마로 신차 아반테를 구입하였다. 차량색깔도 정이 들었던 흰색으로 하였다. 판매 직원 말에 따르면 요즘 나오는 아반테 수준이 10년 전 소나타와 맞먹는다고 한다. 운행을 해보니 소나타 보다 가볍고 연비도 쓸 만하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출퇴근이나 이동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리하여 신차 아반테가 내 소유가 된 것이다.

 

아내의 소나타는 잘 운행되고 있을까? 시내 출퇴근이니 얼마 동안은 아무 말이 없다. 그러다가 출발 후 서행 중 정지하는 일이 두 번 발생했다고 한다. 엔진오일을 갈고 응급조치를 취하니 조금 부드럽게 차가 운행된다는 보고이다. 또 뒷유리 썬팅이 변색되고 기포가 발생되어 후방 시야를 가린다. 당시 판매자에게 연락을 하니 너무 오래 시일이 경과되어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 지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한다. 제품 불량일 경우와 시공 불량이라는 것. 10년 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거금 5만원을 주고 불량 썬팅을 떼어내고 새 썬팅을 했다. 이왕하는 것, 긁힘 자국이 있는 앞뒤 범퍼를 새롭게 도장했다. 본네트 옆 변색된 펜더도 다시 도장했다. 실내세차도 했다. 추가로 35만원이 소요되었다. 이제 소나타는 신차로 다시 태어났다.

 

은퇴 후 부부가 운행 차량을 교환하고 오래된 차량을 팔고 신차를 구입했다. 운행거리가 짧았던 소나타는 아내가 운행 중인데 얼마 전 내외부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 짠돌이인 내가 아내의 품격을 생각한 것이었다. 그 동안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내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음을 자인하면서 반성한다. 수원에서 화성, 안성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안전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 나에게 품격이 있다면 배우자에게도 품격이 있는 것이다.

 

부부가 살면서 상대방과 부딪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방의 입장은 헤아리지 않고 나의 입장만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장인 나의 품격만 생각하고 교감인 아내의 품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직위가 바뀌면 그에 맞게 차량도 당연히 바뀌는 것은 나에게만 적용되었다. 성숙한 사람은 자아중심성을 탈피해야 하는데 그 동안 나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얼마 전 갑작스런 한파로 인하여 호되게 감기 몸살을 앓았다. 병원에도 두 차례 가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몸을 간신히 추스렀다. 마침 그 기간이 아내의 휴가 기간이다. 부부 해외여행을 가자고 노래를 부르던 아내는 남편 건강 뒷바라지에 뜻을 접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을 배려하는데 남편은 철부지 아이처럼 자기 생각만 하였던 것이다. 이제 아내의 소나타 차량, 외관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맡겨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겠다. 남성들은 늦게 철이 나는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