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백승호 기자]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무분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재구조화된다. 특히 대학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5개 사업은 하나로 통합된다.
21일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우선 재정지원사업을 국립대학, 일반재정지원, 특수목적지원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국립대학육성, 대학혁신지원, 산학협력(LINC+), 연구지원(BK21+) 등 4개 사업으로 나눴다.
개편의 핵심은 기존 대학자율역량강화(ACE+), 대학특성화(CK),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등 5개 사업을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한 것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I유형(자율협약형)과 II유형(역량강화형)으로 구분되며 I유형 대학은 선정 대학 모두 지원하고 II유형대학은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일부만 지원한다. 지원 금액은 총 4500억 원 규모로 대학별로 30억~90억 원 차등 지급된다.
또 지원 대학의 자율성 강화 차원에서 사업비에 대한 자율적 집행도 허용된다. 다만 정규직 교직원 인건비, 토지매입비, 업무추진비, 공공요금 등으로 사용은 제한된다.
국립대학혁신(PoINT)에서 명칭을 바꾼 국립대학 육성 사업에는 800억 원이 39개 국립대에 지원되며,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과 BK21+사업은 산학협력과 연구지원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 지원 사업이 목표부터 성과관리까지 정부중심으로 추진돼 대학의 자율성이 저해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대학은 스스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선택하고 정부는 자발적인 혁신 성장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 역시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대학이 자율권을 가질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학 스스로 혁신안을 만든다 할지라도 결국 정부가 평가해 재정지원을 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관계자는 “개편안대로 하게 된다면 대학이 만든 성과지표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얼마나 결과에 대해 객관적일 수 있을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자율협약형이 되느냐, 역량강화형이 되느냐의 차이는 단순히 금액의 차이뿐만 아니라 구조조정과도 연계돼 있기 때문에 대학이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학재정의 경우 기본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확보 방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위한 입법방향’ 세미나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은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국립대에서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으로 확대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고등교육 재정이 법정화되면 예산 편성과정에서 삭감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대학재정지원 사업 개편안이 안정되고 현 배분제도가 성공한다면 4~5년 후에는 고등교육 교부금제도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