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수업愛 푹 빠진 신참교사들의 유쾌한 합창

2018.04.02 09:00:00

“음악수업이요? 보기엔 쉽죠. 노래 부르고, 악기 두드리고, 하지만 막상 해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한때 음악교사가 된 걸 후회할 만큼 힘든 적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음악교사인 이민아 씨(세종 금남초)는 수년 전 초임 발령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교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탓에 누구보다도 ‘음악수업’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음악수업은 미로에 갇힌 기분이었다. 열심히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아이들은 멀어져 갔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수록 자괴감은 깊어갔다. ‘이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스며들었지만, 마땅히 물어 볼 데도 없었고 용기도 선뜻 나지 않았다.


▲ 세종음악수업탐구공동체 교사들. 왼쪽부터 길다혜, 정서희, 이민아, 오승민, 김혜원 교사


올해 교직생활 4년 차인 정서희 교사(세종 도담초)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 시절 꿈꿨던 음악수업은 발령 첫날 여지없이 깨졌다. 수업 전 나눠준 악기엔 관심도 없고, 반주에 맞춰 춤도 춰 봤지만 아이들은 노래조차 잘 따라 부르지 않았다. 정확한 음정과 박자, 피아노 연주까지 못 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대학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달랐다.


서로 격려하며 자존감 높인 따뜻한 수업공동체

실제로 음악수업은 매우 어렵다. 수업 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한 시간 가창 수업 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힘들다. 학생들 수준도 천차만별이거니와 흥미도 제각각이다. 포인트를 어디다 둬야 할지 도무지 종잡기 어려운 것이 초등학교 음악 수업. 특히 경력이 낮은 교사일수록 고충은 더 심하다. 교과 특성상 학교에 음악교사들이 적다 보니 고민을 털어놓을 데도 없어 혼자 끙끙거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세종시 초등 음악교사들은 달랐다.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대표팀 ‘마늘소녀’처럼 교사들끼리 똘똘 뭉쳤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종음악수업탐구공동체’(이하 공동체). 교육경력 1~5년 차 새내기 교사 7명으로 꾸려졌다. 처음엔 취미로 아카펠라를 하는 교사들 모임이었으나 수업에 대 한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의기투합, 수업공동체로 발전했다. 이때가 작년 3월이다. 목적 은 크게 두 가지, 수업나눔을 통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배움중심·과정중심·학생중심의 즐거운 음악수업에 초점을 뒀다. 우선 수업나눔은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고 학생들 시각에서 수업을 통해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는가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공동체 선생님들이 수업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이를 보면서 수업 중에 나타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했어요. 교사의 의도가 학생들에게 전달되 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들의 시각에서 수업을 이해하려고 했죠.” 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는 이민아 교사는 동영상을 찍을 때 교사보다는 아이들의 반응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 다. 길다혜 교사(세종 연양초)는 “수업을 녹화한 동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수업 피드백 활동지에 소감을 적고 의견을 나눈 다음 각자의 수업에 이를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음악수업을 연구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공동체 교사들과의 수업나눔을 통해 전달식 수업·설 명식 수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음악수업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사와 아이가 함께 놀며 즐기는 행복한 ‘음악수업’

교직경력 2년 차인 오승민 교사(세종 금남초)는 “수업을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에 걱정도 많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서로의 수업을 공유하고 함께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이 참으로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장면에 대해서도 각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돼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다양한 수업방법을 통해 학생들에게 즐거운 음악수업을 안겨주려는 노력도 계속됐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음악수업에 중점을 뒀다. 할리갈리나 카드놀이 등으로 리듬과 박자 감각을 익히고, ‘음높이 몸으로 나타내기’와 ‘특정음 빼고 노래 부르기’, ‘가사 바꿔 부르기’ 등 재밌는 놀이를 수업에 접목했다.


어린 시절 동요 부르는 게 너무 좋아 음악교사가 됐다는 김혜원 씨(세종 연양초). 한때 그는 음악이란 음정도 박자도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장단조도 잘 구분하고 악기도 한두 개쯤은 다루게 하는 것이 음악수업의 목표라고 여겼다. 그러나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지금 그는 음악에서 ‘교과’의 무게를 덜어내려 애쓴다. 꼭 뭘 배워야 하고 성취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과 노는 시간이란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교라는 곳이 시·공간적으로 제약이 많잖아요. 하지만 음악수업만큼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시간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놀이 활동을 음악과 접목해 마음 껏 에너지를 발산하게 했죠. 아이들이 지금은 음악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해요.”


똘망똘망 아이들 눈빛에 ”나는 행복한 선생님“

공동체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경험 부족에서 오는 한계였다. 경력 1~5년 차 교사들이다 보니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면 선배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민아 교사는 “선배들에게 수업코칭을 받으면서 우리끼리 풀지 못했던 고민을 해결한 적이 많았어요. 예컨대 학급 모둠마다 수석·부수석 을 정하고 이들이 모둠을 이끄는 아이들 중심 수업인데 신선하고 효과적이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작년 한 해 동안 매주 한 차례씩 만나 3시간가량 수업나눔 활동을 했다. 아이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지칠 법도 했지만 새로운 수업, 더욱 나은 교사로 태 어나려는 열정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서로에게 너무 고마웠죠. 저녁도 거른 채 수업 지도안 짜고, 수업 피드백하고, 평가방법 고민하고, 궁금했던 과제들 하나씩 풀어가면 서 희열도 느꼈어요.” 정서희 교사는 공동체 활동이 음악교사로서 앞날에 크나큰 밑거름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언제부턴가 음악시간만 되면 아이들 눈빛이 똘망똘망해졌다는 길다혜 교사는 “앞으로 배움이 있는 살아있는 수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민아 교사는 교육부에 제출한 연구회 보고서에서 “수업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다른 관 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수업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교사와 학생 이 모두 행복한 수업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이다”라고 소감을 적었다. 세종음악수업 탐구공동체는 지난 1월 교육부와 경상북도교육청·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해피 에듀(Happy Edu) 교육과정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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