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냐? 정치냐? 좋은 교육감의 조건은

2018.06.01 10:00:00

6.13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나라의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질 교육감도 선출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좋은 교육정책을 제시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하지만 이번에도 좌우 진영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다툼과 후보 간 이합집산이 재연되고 있다. 지역의 교육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공약을 보여주고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이념 세력 간 패거리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도 보인다. 이제 교육마저도 저질의 정치를 닮아 가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크다.


정치판 닮아가는 교육감 선거

교육 권력이 사실상 교육감에게 넘어갔다고 할 정도로 교육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우선 5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지방교육예산을 운영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50만 명에 이르는 교사들을 배치하고, 지방 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가는 교육계의 수장이다. 국가가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지역 환경과 여건에 맞게 해석하고, 혁신적인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해서 교실수업에 적용하는 것도 교육감의 역할이다. 교육감은 지역별로 학교와 교육시설의 신설 여부를 결정하고, 질 좋은 학교급식과 학생 안전을 담보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중앙 정부가 만든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교육감과 현장교원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교육감의 권한을 더욱 강화한다고 한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세계 석학들에게 우리나라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려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를 물었다. 대부분이 우수한 인재 양성만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했다. 국가 차원에서 긴 안목으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볼 때 교육감 선거는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교육감을 선택해야 할까. 교육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개방적이고 유연한 지도자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감은 교육에 대한 비전과 소신이 뚜렷하지만,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와 태도를 가진 지도자여야 한다. 교육감은 특정 세력이나 집단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펼치기 위해 학교와 교육을 이용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오직 학생의 참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교육감의 사명이다. 따라서 학생·교사·주민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힘을 모아서 지역의 교육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보수든 진보든 자신이 어느 진영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선전하거나, 특정 집단 이 밀고 있다고 떠드는 후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당선이 되어도 교육계에 갈등과 혼란만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교육계에서 좌우 진영 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제 갈등과 혼란을 치유하고, 지역의 교육공동체가 교육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도록 화합을 이끌어 내는 ‘화합형 교육감’이 필요하다.


소통하는 정책 전문가

교육감은 산적한 교육현안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정책 전문가’여야 한다. 예컨대 학생 절벽 시대를 맞이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교원수급 문제를 풀어갈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처럼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을 학교 현장에 무리 없이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고교 교육은 대학 입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대학 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감각도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긴 안목과 시야로 정책을 만들고,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학부모를 설득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교육감부터 잘 뽑아야 한다

교육감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춰,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선거비용을 공적으로 보전하는 ‘선거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정 득표 이상을 거둔 사람에게만 비용을 보전해주는 제한적 의미의 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특정 세력이나 집단의 지지를 사전에 확보하지 못하면 즉, 일정 득표 이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미리 서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 이라도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선거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제 역량이 있는 후보가 비용을 의식해서 선거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할 때가 되었다.


소수의 뜻에 따라 교육감을 뽑는 간선제보다 주민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정책적·정치적 책임을 부여하는 직선제가 진일보한 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서는 역량이 부족해도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선거에 나서거나 추대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선거 관리 당국은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자가 가진 역량과 공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교육감이라는 숭고한 자리를 정치적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정치인이 더 이상 교육감 선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보수교육감·진보교육감이란 이념적 호칭을 몰아내는 것도 우리 유권자의 몫이다. 교육을 혁신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교육감부터 잘 뽑아야 한다.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