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OECD에서 제안한 인간의 역량 기준 프로그램으로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 사람이 생애를 사는데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핵심역량과 그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DESECO 프로젝트의 3가지 역량은 지적도구 활용역량, 사회적 관계역량, 자율적 행동역량으로, 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흐름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다.
OECD의 DESECO 프로젝트의 연구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핵심역량’이라는 용어이다. 이 용어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특히 강조하는 사항으로,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하는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그동안 한국의 초·중·고 교육은 학습의 도구로 사용한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서열화하였고, 학생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가하는 결과 중심적인 평가를 지향하였다. 또한, 교육과정, 교수·학습(수업), 평가, 기록의 연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위와 같은 문제점 해결과 핵심역량 함양을 위해 등장한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정 중심 평가’이다. 정부는 ‘국정과제 50 :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확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국가수준의 지원 근거’에 평가제도 단계적 개선 추진과 학교에서 평가활동이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개발하여 학교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2017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과정 중심 평가는 학생의 학습을 돕고 교사의 수업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학생의 수행과정에서 어떤 사고를 하였는지, 협업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에 중점을 두고 관찰, 기록하여 이를 평가 결과로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물론, 교사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교수·학습과 평가 계획을 세우고, 교수·학습 과정에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과정 중심 평가’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전국의 교원중 희망교원을 대상으로 교사별 과정 중심 평가 실습연수를 추진하였다. 물론, 실습연수를 받은 교원은 해당학교의 동일교과교사에게 전달연수를 진행하고 본인의 수업과 평가에 적용할 것이다.
평가의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평가제도의 도입은 환영한다. 문제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의 확보이다. 하룻짜리 연수를 통해 교사가 평가 전문성을 확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교사가 자발성과 동료성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 시간과 공간의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현재 ‘과정 중심 평가’를 시행해 본 K교사는 “평가 수행단계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학생들의 수업 과정 속에서 바로 피드백을 줄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상대평가만으로는 학생들에게 실망감과 패배감을 줄 수 밖에 없지만, 해당 수업에서의 성공은 교사가 어떻게 평가해 주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정 중심 평가’는 학생의 자기성찰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이다. 과정 중심 평가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환영을 받고 정착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보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 확보이며, 이를 위해 교사들도 전문적학습공동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교육부, 교육청, 단위학교는 모든 교사가 평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여 교사를 지원해야 하며, 교육부는 초·중·고 교육이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으로 매몰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평가는 형평성에 맞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과정을 교육으로 담아야 되며, 학생의 장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사는 모든 학생이 성공하는 평가를 꿈꾼다. 결과 위주의 평가보다 학습 과정에서의 잔잔한 피드백이 가미된 평가가 학생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럴려면, 교사의 행정업무 감축,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에 전념할 수 있는 교직문화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