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전북교총은 전북도교육청이 재추진하는 ‘전북 학교자치조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대법원이 무효 판결한데다 상당수 교원들이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상덕 전북교총 회장은 13일 도교육청에서 ‘전북 학교자치조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은 지난해 대법원이 무효 판결한 ‘전북 학교자치조례’를 지난달 20일 입법 예고했다"며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조례 제정 재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북 학교자치조례는 지난해 1월 25일 대법원 판결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전북 학교자치조례가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결했다. 특히 공립학교에서 교원의 보직과 전보, 포상 등 인사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교원인사지문위원회 설치하고 학교장은 이 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 재추진하는 조례안에는 당시 위법 판단을 내린 교원인사자문위원회와 관련된 부분은 빠졌다. 문제는 이와 못지않게 논란이 됐던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학생회, 교사회, 직원회 등 자치기구를 설치 가능규정으로 도입하고, 교무회의에 운영 및 심의권을 주는 한편 이에 대한 이행강제 부여 등을 조례안에 포함시켜 재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교총 등 교육계는 결사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미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에서 학생, 학부모의 교육구성원의 다양한 참여통로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학교 내에 중복 기구설치를 조례로 재규정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적 운영권을 지나치게 강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례는 상위법에서 부여한 교무통할권을 침해하고 있고, 법령에 따라 설치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및 자치기구간 권리다툼의 문제 발생 시 갈등의 소지가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학교자치를 위해 보편타당한 운영의 원칙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구성원들의 의무만 강조하는 점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조례에서 규정한 교무회의 심의 기능은 학운위 심의 기능과 중복된다"면서 "특히 학교규칙의 제정과 개정, 학교교육과정, 학교회계 등에 관한 사항의 심의권 부여는 상위권 월권하게 돼 혼란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북교총은 도교육청이 학교현장을 무시하고 조례 제정을 강행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조례 제정과 관련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나 제도 도입에 따른 설명회, 토론회, 공청회 등을 일체 생략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조례가 시행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갈등과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며 "최근 법원 판례에서도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할 경우 구성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신설에 대해 충분히 여론 수렴을 거치는 숙의 민주주의를 시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는 조례 제정을 강행할 시 교사들이 학생들을 안정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며 "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민주적인 법 절차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치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교총은 추후 조례 제정 저지를 위해 도의회 의원들을 만나 설명회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