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공모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하는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일단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다. 완전 폐기가 아닌 대체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리더십 아카데미를 사실상 학교장 아카데미의 전초 격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카데미 이수자에게 어떤 우대도 없는 순수 리더십 프로그램”이라고 답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일단 우회를 선택한 ‘작전상 후퇴’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선시행 후개정’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심의가 필요한 관련 법 개정은 뒤로하고 교육부와 시행령 개정부터 해서 바로 제도를 추진하는 계획이 뒷받침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A고 교감은 “교육부가 교원승진규정 등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리더십 아카데미는 곧바로 학교장 아카데미로 변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현행 승진제도가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현 승진제도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연구하고 헌신한 노력을 통해 관리자를 준비해야 한다. 학교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의 다양한 경력과 연구실적, 학부모의 민원에 대한 대응능력과 위험 대처 능력 그리고 동료교원에 대한 봉사와 헌신 능력이 수십 년간 학교현장에서 실무적으로 검증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게 현장의 정설이나 마찬가지다.
B초 부장교사는 “일평생을 봉직해온 관리자들을 개혁대상으로만 치부하는 시선에서 출발한 연구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묵묵히 희생해온 분들의 자존감을 일시에 폄훼하는 일이자, 우리 교육 현실에 맞게 다듬고 수정되어서 정형화된 제도를 한 순간에 불식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심은 특정단체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특정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이 표면화 되고 있는 데다, 이 단체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이재정 도교육감이 밀어붙이니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사실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도교육감의 꼼수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C고 교감은 “소신이 있다면 공론화해 교육계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연구로 포장하고 은근슬쩍 추진하는 것 아니냐”면서 “가장 정정당당해야 할 교육행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교장은 철저하게 관련 법령에 의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인데, 도교육청에서 급조해 만든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이들에게 ‘승진 하이패스’와 같은 통로를 열어준다면 교육현장의 갈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총도 교육계의 이 같은 우려에 동감하며 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경기교총은 “무자격 교장공모제에 대한 교육계의 비판을 무마하고 나아가 특정단체의 학교장 등용문으로의 길을 터주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과 의구심이 학교현장에 만연해 있다. 수십 년간 학교장 승진을 위해 혼신의 열정을 다한 선생님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묵묵히 교육적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허탈한 상실감을 안겨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육 승진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단체의 명운을 건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