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민원 100여 건-고소‧소송 9건

2018.10.23 16:28:37

<현장속으로> 학부모 한 명이 초토화 시킨 제주A초

학사 마비, 교원 70% 교체
교장‧담임 정신과 치료 받아
교총 “강력히 대응 하겠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이제 더 이상 교사가 아니라 민원실 직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명감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요. 상습, 반복적인 고의 민원으로 교사들이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명백한 교권침해 아닌가요?”(제주A초 부장교사)
 

특이 학부모의 상습적‧반복적 민원에 시달린 지 1년 2개월. 제주 A초는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 그동안 학부모 한명이 낸 민원은 100건 가까이 된다. 관련 교직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소송도 9건에 달한다. 민원 처리와 경찰‧검찰 조사에 학사행정이 마비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교장과 담임, 부장교사는 정신과에 다니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좁은 제주지역 사회에 소문은 빨리 퍼졌고 ‘얽히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A초는 도내 교사들의 기피학교가 됐다. 전출, 휴직 등으로 올해 전체 인원의 70%인 25명이 교체됐고 그나마도 상당수가 해외 파견, 교감 승진으로 곧 떠날 교사들과 신규교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에 왔다.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 반복적으로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교육부, 국가인권위, 국민권익위, 청와대, 국회사무처 등 각종 민원부서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학교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다. 교사, 교장, 학부모회장, 총동문회장 등 19명이 형사 고소․고발에 휘말려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민원인이 제기한 고소․고발은 모두 각하, 기각, 공소권 없음, 무혐의로 끝났다. 이 외에 손해배상 민사소송과 행정소송도 각각 1건씩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그럼에도 그가 반복 민원을 내는 것은 위자료, 손해배상을 노리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원인은 지금까지 5년 동안 자녀 전학으로 도내 3개의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이전 학교에서도 A초와 유사한 상습, 반복적인 고의 민원과 교직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소송도 제기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같은 반 친구가 보낸 안부를 묻는 쪽지 마지막에 ‘…안녕(꺼져) 장난 ㅋㅋ’이라고 쓴 부분을 문제 삼아 쪽지를 쓴 학생을 협박죄로 형사고발한 것. 이로 인해 친구에게 장난편지를 쓴 학생은 제주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법정에 서야 했다. 해당 학생과 학부모 또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민원인의 자녀를 2년째 담임하고 있는 B교사는 모든 피해가 다른 학생,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학교 전체가 상처 입는다고 말했다. B교사는 현재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며칠 전 아이가 당번으로 해야 했던 칠판 글씨를 대충 써놨기에 정성껏 쓰라고 훈계했는데 ‘선생님이 욕하고 고함을 질렀다’며 117에 신고한 것이다. 
 

“물론 있지도 않은 일이죠. 너무 황당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잠을 못자고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어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봐 지난해부터 정신과 상담 후 약물 치료 중입니다. 수업시간에 그 아이 쪽으로 시선을 못줍니다. 또 엮일까봐 저도 모르게 그래요. 반 친구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합니다.”
 

17일 오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학교를 찾아 민원인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학부모 20여 명과 전 교직원들은 ‘우리 학교를 살려주세요’, ‘단 한명의 교사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들고 교문 앞에서 호소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요청해도 한 번도 안 오시다가 하필 교육청 행정사무감사가 있던 날 학교를 처음 찾아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악수를 청하는 교육감을 외면했다.
 

학교장은 “학교 혼자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지속‧반복적 민원이 인정될 경우 제재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과 교원의 법적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경종을 울리지 못하면 제2, 제3의 피해는 물론 학교 급이 올라가면서 타 학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총은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교총과 제주교총은 22일 제주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문 교육감과 면담한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