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시급도 못 받는 ‘학습페이’ 현장실습 성토

2018.11.29 21:34:47

특성화고 현장실습 경청회

 

근로 못하는 ‘학습형’ 전환

임금 지급·조기 취업 막혀

업무부담에 참여업체 급감

 

특정 집단 주장에 경도돼

현장 다수의견 무시 결과

유은혜 “학생들에게 미안”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취업 정책이 바뀐 이유는 안전 때문에 바뀌었지만, 안전을 챙겼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취업처가 굉장히 많이 줄었고, 막상 취업한 학생들도 안전 교육을 많이 받지도 못하고 30만원 혹은 더 적은 돈을 받으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태현 은평미디텍고 3학년)

 

유은혜 부총리는 27일 서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현장실습 및 취업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경청회’를 가졌다. 이 잘에 참석한 학생과 교원들은 유 부총리에게 현장실습제도로 인해 임금도 못 받고, 취업도 어려워졌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현장의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 듣고 정책을 만든 결과 빚어진 참사였다.

 

이번 정책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고사였다. 그에 앞서서도 여러 차례 안전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와 정부가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나섰다. 그렇게 올해 3월 법을 개정과 함께 ‘학습중심 현장실습’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근로형에서 학습형으로 실습이 바뀌면서 ‘학습’이라는 명분에 근로계약이 아닌 ‘표준협약’에 의해 실습이 진행됐다. 근로관계가 아니므로 학생들은 오히려 근로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근로감독관 등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고발 장치도 없어졌다.

 

학생들만 문제가 아니었다. 참여가 가능한 기업의 기준도 높아졌다, 사업 여건에 대한 고려가 없는 획일적이면서도 까다로운 점검을 많게는 여섯 차례 거쳐야 겨우 실습생을 받을 수 있는 선도기업이 될 수 있게 된 결과 현장실습을 하겠다는 기업이 급감했다. 장재환 경기 삼일상업고 교사는 “작년 이맘때쯤 127개 기업에 215명이 취업했는데 올해는 36개 기업에 41명이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을 나가 있다”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업처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직접 취업처를 찾으러 다니는 것이 큰 일이 됐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교사가 4~5개 기업 다녀서 겨우 한 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도 막혔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 시 가지는 이점이 조기 취업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는 점인데, 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실습과 동시에 취업하는 것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석지아 정화여자상업고 학생은 “작년에는 취업 가능한 기업이 올해는 4~5일에 한 개 정도올라오는데 작년에는 하루에 3~4개였다”고 설명했다.

 

지민구 창원기계공업고 학생은 “특성화고 학생 대부분은 조기 취업을 위해 입학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기취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전국의 직업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8%의 학생이 조기취업 현장실습 폐지에 반대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선도기업과 우수기업에 못 간 학생은 졸업 후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에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조기취업을 막는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유 부총리는 이런 비판에 대해 “작년에 국회에서 논의를 하면서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간담회도 했는데 현장 의견을 크게 반영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오늘 주신 말씀을 종합대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의 설명과는 달리 지금의 사태는 많은 현장 교원이 예견한 상황이었다. 의견 수렴 당시 현장에 참여했던 한 교원은 “여당 의원들과 특정 교사단체에 속한 소수의 목소리가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유지하고 안전 점검을 강화하자는 다수 의견을 압도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육부에서도 정책 발표 이후 임금 문제와 취업처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기존의 근로형 현장실습을 학습형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문제의 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 날도 유 부총리가 사과는 했으나 “다만 당장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과거의 방식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부분 있다”며 “법 개정이나 제도적 새로운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4개월 만에 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법까지 개정한 점을 생각한다면 학생과 교사들이 요구하는 조기취업 현장실습 회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비친다.

 

현장에 온 교육부 관계자도 월 20만원 수준의 ‘학습페이’에 대한 학생들의 성토를 못 들은 듯 “졸업 후 취업을 전제로 실습을 하는 회사들은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것”이라며 “취업처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 취업형 실습 환원에 대한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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