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학생들은 교사를 ‘쌤’이라 호칭하고, 교사는 학생에게 ‘님’이라 부르자는 제안이 담긴 서울시교육청의 ‘조직문화 혁신 방안’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교권추락 가속화’ 등 논란이 증폭되자 조희연 교육감은 한발 물러섰지만, 시교육청을 향한 쓴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교총은 9일 “이번 방안에는 교육 공동체의 의견은 물론이고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교육청의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획일화로 가고 있는 정책인 데다 조직문화 혁신 그 자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교총은 전통적으로 호칭되던 ‘선생님’ 대신 ‘~님’, ‘~쌤’이나 ‘~프로, 영어이름, 별명’ 등을 쓰자는 ‘수평적 호칭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교권이 날로 떨어지는 학교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란 이유에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가뜩이나 매 맞는 교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판국에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당국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는 건 주로 낮춰 부르는 느낌을 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이 주최한 교육계 신년교례회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교육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자는 것도 너무 빠르게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행사에 동석한 조 교육감은 일반직·전문직·행정직 공무원까지만 수평적 호칭을 쓰자는 것이지 교원과 학생 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이 지난해 문을 연 청원게시판(시민)에도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려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정책반대 청원이 8일 올라오자 이틀 만인 10일 오후 3시 현재 3000명을 넘어섰다. 시교육청 시민 청원게시판의 경우 한달 내 1만 명이 모이면 교육감이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명 의원은 10일 이번 정책을 빗댄 제목인 ‘희연님, 그게 혁신입니까?’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본인부터 청사 내에서 그런 호칭으로 불리길 원한다니 본 의원도 조 교육감을 맞닥뜨릴 때마다 ‘희연님, 조직개편 잘 되가는지요?’, 혹은 ‘조쌤께 질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