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첫인상이나 자신이 가진 이미지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로 설명한다. 앵커는 배를 정박시킬 때 고정하는 닻을 의미한다. 앵커링 효과란 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돼 그 후의 판단에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신기하게도 처음 설정한 기준을 기반으로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된다.
앵커링 효과에 빠진 학부모
지금의 초·중등 학부모는 앵커링 효과에 빠져든 듯한 인상이다. 다시 말해 교사를 앵커의 범위에 가두려는 경향이 짙다. 학부모들은 자신이 받았던 주입식 학교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달라진 교육의 현실과 무관하게 이런 과거의 이미지에 빠져 현재의 학교와 교사를 바라본다.
40~50대 초반의 학부모 세대는 교사의 권위가 우월할 때 학교에 다녔다. 다시 말해 매를 맞으며 교육받은 세대다. 선생님은 다수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부득불 매가 필요했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학교 분위기이다. 지금은 학생을 비난하거나 매를 든다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돼 있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자신이 교육받을 때를 연상하며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그들은 ‘교사’ 하며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연상하는 좋지 않은 기억에 빠져있다. 이러한 자기 세대의 아픈 기억을 잣대로 교사를 비난한다. 물론 학생까지 쌍끌이로 교사를 공격한다.
교육 경력이 짧은 선생님은 이런 쌍끌이 비난의 표적이 된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이든, 교내에서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학생이든 공통으로 사랑의 매보다는 칭찬 일변도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런데도 교내에서 학생들 간의 다툼까지도 선생님의 중재에 형평성을 따지는 학부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학부모의 태도는 대범하다고 해야 할지,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학교에서 행한 자식의 행동과 태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학교에서 주는 어떤 차별도 감내하지 못하고 학교와 교사를 비난한다.
젊은 선생님은 자신이 다녔던 학교와는 너무 다른 학교 환경에서 혼란에 빠져있다. 이들은 선생님의 권위를 전혀 행사해 보지 못 해봤는데 학부모는 자신을 권위적인 억압자로 바라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이런 형편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가끔 무서운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긍정은 긍정의 힘을 낳는다
실은 최근에 임용된 선생님일수록 까칠한 학생과 학부모의 틈새에서 남다른 가치를 높이려 고민한다. 생각하고 말하고 배우는 하브루타 질문 수업, 배움 중심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수업 등 다양한 수업 기법을 연구하고 실행하고 있다. 반면 학교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상의 교육을 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교육의 질은 선생님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선생님을 비난하지 마라.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게 하라. 선생님이 교실에서 흥이 나서 학생과 격 없이 놀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학부모의 정신적 후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