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수 회장 “명예 회복한 사필귀정 판결”

2020.06.29 17:42:14

성추행 누명에 숨진 교사 순직 인정
서울 행정법원 19일 유족 승소 판결

법원, ‘충분한 소명 기회 못 가져 극단적 선택’
무리한 도교육청 조사를 주요 원인으로 인정
한국교총-전북교총 “사과하고 재발 방지하라”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에 대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교총은 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교육청의 무리한 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쓰고 교육청의 조사를 받던 중 자살한 故 송경진 교사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 유족 급여 지급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은 25일 유족에게 송달됐다. 

 

송 교사는 2017년 8월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교육청의 징계 절차를 밟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한국교총과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뒤늦게나마 고인의 억울함이 풀리고 명예를 회복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하윤수 회장은 “재판 결과 전북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 징계 착수가 고인의 죽음에 중요한 원인으로 확인된 만큼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학생인권옹호관의 막강한 직권조사 권한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교총이 29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故 송 교사와 유가족이 억울하다고 주장한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망인의 자살은 학생인권교육센터 조사 결과 수업지도를 위해 한 행위들이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돼 30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되고, 충분한 소명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상실감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또 피해 여학생들은 경찰에서 ‘망인이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한 행위이거나 장난으로 한 행위 일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했고, 교육청에 제출한 탄원서는 ‘진술서에는 망인이 칭찬해주거나 다리 떠는 것을 지적하거나 수업 잘 들으라고 한 행동도 모두 만졌다고 적었고 기분이 나빴다고 적었으나, 망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취지의 내용을 다수 포함했다.

 

법원은 ‘그럼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피해 여학생들을 면담해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초기 진술서만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했다.

 

아울러 ‘망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채 조사가 완료되고 신체접촉 행위가 모두 피해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되자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내사종결을 결정했음에도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되자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교총은 “결국 故 송 교사의 죽음에는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의 무리한 조사와 징계 착수가 중요한원인으로 확인됐다”며 “도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지금이라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북학생인권조례에 의거해 설치된 ‘학생인권옹호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교사를 직권 조사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그 권한과 책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에 따르면 인권침해 사건의 각하 사유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각하한다’고 강행 규정으로 정해 행정재량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송 교사의 조사 근거가 된 전북학생인권조례(제49조 제3항)는 ‘각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어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아도, 사법당국이 내사를 종결한 사안이라도 상관없이 인권옹호관이 자의적으로 직권조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국교총과 전북교총은 2017년 사건 발생 이후 지속적인 진상 규명 활동과 지원활동을 함께 펴왔다. 하 회장 등 한국교총-전북교총 대표단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항의 방문해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유가족에 대해 위로 방문은 물론, 민‧형사 소송비 지원, 유자녀 장학금 지급 등 지원에도 해왔다. 

 

한국교총과 전북교총은 “교원의 생활지도체계가 무너지고 학생인권옹호관의 부적절한 조사권이 개선되지 않은 한, 억울한 일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교총은 교권 확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수 기자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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