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와 관련해 단연 최고의 화두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주택가격 상승일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가 1년 후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는데 이것이 최근 3040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구매)’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주택가격은 갈수록 오를 것 같은데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도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아파트의 경우 서울은 7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억 원이 넘게 올라 평균 매매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섰고 수도권도 7000만 원이 올라 6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에 주택 구입 시 어느 정도의 대출은 필수처럼 돼버렸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 은행이다. 대출은 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출을 금융기관이 나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금융기관은 연결고리에 불과할 뿐 대출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따라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재의 ‘나’만이 아닌 미래의 ‘나’까지 생각해서 대출금액과 상환방식 등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어느 정도 대출을 받을 것인가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탈러(R.H.Thaler)는 학기 초 자신의 수업을 듣는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의 성적은 상위 몇 %일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95%의 학생이 자신이 평균 이상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평균의 정의에 비춰 볼 때 50%의 학생만이 평균 이상이 가능하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교수들도 94% 이상이 자신이 평균적인 교수들보다 낫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현실적 낙관주의 때문에 사람들은 위험한 선택도 서슴없이 하게 된다.
대출에서도 이런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대출은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에 근거해 이뤄지는데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며 이 때문에 과도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상황은 물론 미래의 상황도 생각해 대출금액을 결정해야 한다.
소득·자산·미래 현금흐름 고려해야
대출금액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상환방식이다. 이자를 가장 적게 내는 상환방식이 가장 좋은 상환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이자가 적으면 대출 초기에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원금과 이자)이 커질 수 있어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득, 자산 현황, 미래의 현금 흐름 등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상환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대출 상환방식은 크게 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그리고 원금만기일시상환으로 나뉜다. 원금균등분할상환은 차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총이자는 가장 적지만 초기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가장 많은 상환방식으로 대출원금을 대출 기간으로 나눠 구한 동일한 금액의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는 원금 상환으로 줄어든 잔액에 대해서만 부담하게 된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원금균등분할상환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를 대출 기간 동안 분할해서 상환하는 방식이다. 다만 원금균등분할상환은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이 다른 데 반해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의 합이 동일하다. 원금만기일시상황은 5년, 10년, 20년 등 대출 기간을 정하고 이자만 내다가 만기일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초기 상환부담은 적지만 만기일까지 원금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상환방식에 비해 이자 부담이 크고 만기일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외에도 거치 기간을 두는 상환방식이 있다. 대출을 받은 후 일정 기간(거치 기간) 동안 이자만 납부하다가 해당 기간이 지난 후 원금균등분할 또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거치 기간으로 일반적인 원금균등분할상환이나 원리금균등분할상환보다 이자 부담이 더 크다.
<그래프>는 주택담보대출로 1억 원을 10년 동안 3%의 금리로 빌렸을 때의 상환 원리금을 보여주는 표다. 표를 보면 원금만기일시상환이 만기가 되기 전까지는 월 상환금이 가장 적지만 만기에 대출원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고 총이자도 가장 많다. 원금균등분할상환과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은 총이자 측면에서는 비슷한데 월 상환금을 비교해 보면 초기에는 원금균등분할상환이 원리금균등분할상환에 비해 많다. 하지만 58회차부터는 원금균등분할상환이 원리금균등분할상환보다 월 상환금이 적어지기 시작해 마지막 회차에서는 10만 원 이상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치기간을 둘 경우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원금만기일시상환보다는 적지만 원금균등분할상환이나 원리금균등분할상환보다 많다. 거치 기간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난 것이다. 거치 기간을 더 길게 설정할수록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나므로 상환능력이 충분하다면 거치 기간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고정적인 수입은 있지만, 목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별로 없는 직장인이라면 원금균등분할이나 원리금균등분할이 적합하다. 특히 대출을 받는 시점에 소득이 많지 않아 초기에 많은 원리금 상환을 부담스럽다면 원리금균등분할 상환방식이 더 적합하다. 현재의 소득은 적지만 향후 목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고객이라면 만기일시상환방식이 적합하다. 현재의 소득도 불안정하고 향후 목돈이 들어올 가능성도 낮은 고객이라면 거치기간을 두는 상환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정·변동금리 중 어떤 게 유리할까?
대출 상환방식과 더불어 대출을 받을 때 중요한 결정사항은 대출금리 유형이다. 어떤 대출금리 형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이자 규모뿐만 아니라 6개월, 3년, 10년 후에 부담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대출을 받을 때 정한 금리가 만기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금리와 시장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로 구분된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섞은 혼합금리도 있는데 일정 기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잔여기간에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형태이다. 고정금리는 만기 때까지 시장 기준금리와 상관없이 애초 약정한 금리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계산도 편하고 상환계획도 세우기 쉽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금융회사가 온갖 위험을 가감해 대출금리를 정하기 때문에 대출 시점에 변동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그리고 향후 금리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는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변동금리는 대출 시점에 고정금리보다 낮은 편인 데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곤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예상치 못했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는 향후 금리 전망에 따라 달라진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경우 단기대출은 변동금리, 장기대출은 고정금리가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 예측은 주가 예측만큼이나 어렵다. 따라서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거나 금리 하락에 따른 이득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환능력을 고려하거나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즉 ①대출기간이 길수록 ②상환부담이 대출 초기보다 말기에 클수록 ③이자만 내고 원금상환을 미루는 거치기간이 길수록 ④작은 이자 변화에도 상환에 무리가 가는 등 자금 여유가 없을수록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고정금리 선택 후 금리가 계속 하락해 대출 당시와 큰 차이가 날 경우 변동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도 있다.
대출은 앞서 말했듯 은행이 아닌 미래의 나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따라서 대출받을 금액이나 기간, 상환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나는 괜찮을 수 있겠지만 미래의 나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꼭 받아야 하는 대출이라면 충분히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한편 여러 은행 등을 돌아다니면서 상담을 받아보는 등 미래의 자신을 위해 대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