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한 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며 형님 누님께서‘어떤 선물을 사 오실까?’기다림 속의 흥분과 긴장 속에서 밤잠을 설쳤다. 꾀죄죄한 모습에 햇볕에 검붉게 그을렸던 형님과 누님도 뽀얀 얼굴에 서울 말씨를 쓰는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고향의 추석풍경>
“여러분, 마을 뒷산 공터에서 콩콜 대회가 있으니 많이 참석해 주세유.”
이장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지면“이번 콩콜 대회에는 누가 상을 탈까?”기대하며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콩콜 대회의 최우수 상품은 늘 시계였고 낫, 곡괭이, 삽 같은 농기구가 대부분이었다.
추석날은 윷놀이와 자치기를 하며 형님 누님이 사다 주신 새 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모델처럼 온 동네를 누볐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음식과 동동주를 실컷 나눠 마시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고나면 저녁때는 얼큰하게 취해서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듬뿍 정을 나눴다.
<코로나19시대 추석명절이 더욱 그리운 이유>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사람들 간의 정이 많이 없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소통의 대상이 휴대폰이라 할 정도로 더욱 각박해진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올 추석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야 해서 모처럼 마음먹고 찾아뵙고 싶었던 고향 부모님들과 친척들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필자도 이 번 추석만큼은 꼭 고향에 가서 부모님 산소에 가서 사무치게 보고 싶었던 부모님을 소리 높여 부르며 실컷 울고 싶었는데……
가끔씩 세상일에 지쳐 사람들의 순수한 인정이 그리워 질 때면 욕심 없이 오순도순 지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추석명절이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다. 서로를 경계하며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고 살아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