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교육도서관에서 제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한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2월은 웬만한 사소한 공문들은 보지도 못할만큼 초등교사에게는 바쁜 시기인데요. 그 이유는 아이들 마지막 성적 처리와 1년 간 맡은 업무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문의 제목을 보자마자 클릭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1회 교사 책출판지원사업 운영 계획'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던 저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가 책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육신문, 오마이뉴스, 네이버의 초등학생용 교육 플랫폼인 스쿨잼 등에 글을 꾸준히 기고해왔지만, 작가의 삶은 사실 저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 생각했기 때문에 단행본을 낸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교사 책출판지원사업이라는 좋은 기회가 저에게 찾아온 것이죠.
책을 쓰며 내 인생을 떠올리다
출판기획서를 정성스레 써서 교육도서관에 제출했고, 당당히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작성했지만, 막상 되고보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정말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올 겨울에 출판될 수도 있다고 상상하니 정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죠.
원고를 쓰기 전에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을 쓰는 목적을 생각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2017년부터 시작한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기자 활동과 한국교육신문 e-리포터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의 이야기를담은 교육 기사를 쓸 때는 항상 행복했습니다. 누군가 그 글을 읽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이 글들은 제 학창시절에 만난 은사님의 이야기, 제가 교사로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희망을 준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들이 많이 나오면서 교사로서 안타까움을 느꼈고, 아직 우리 교실에도 작은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음을 제 경험을 사례로 공감을 얻고자 기사들을 썼습니다.
일부 기사들은 많은 독자분들께 감동과 희망을 주었죠. 그래서 응원한다는 온라인 댓글과 제 개인 이메일을 통해 직접 응원을 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 응원에 힘입어 저는 제 삶에서 찾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떠올려보고 기록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즉, 여러 신문에 제 기사를 쓴 것이 저의 인생을 떠올려 보게하고 교육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그 이후로도 '좋은 교사'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의 꿈과 사랑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따뜻한 교육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목적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초등교사가 되었습니다'를 완성하다
원고를 만들면서 제가 기고한 기사들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제 학창시절 이야기를 다시 보며 옛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보면서는 그 친구가 보고싶어 안부 연락을 하기도 했죠. 제 기사 이야기에 등장하는 저의 은사님과 제자들, 학부모님들은 기사 내용을 책으로 쓴다고 하니 정말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습니다. 가장 먼저 그 책을 사서 보고 싶다고요. 저는 기고한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여러 차례 글을 다듬어 이야기를 완성했고, 기사로 작성하지 못했던 제 교육 이야기들을 추가하여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책에 넣기 위해 주제에 맞는 사진을 찾으면서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되돌아볼 수 있었죠. 제자들이 결혼식 날 사준 저와 아내의 사진이 들어간 머그 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 '선생님이 되기로 했어요'에서는 학창 시절 제 곁을 지켜주며 힘이 되어준 분들과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왜 제가 선생님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2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요'에서는 교사가 된 후 신규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에피소드를 그렸습니다.3부 '꿈과 사랑이 가득한 교실을 만들어요'에서는 경력교사가 된 이후에 아이들의 꿈과 사랑을 키워주기 위해 제가 했던 활동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배움을 만들어간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마지막 4부 '선생님음 이런 생각을 해요'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교사의 마음가짐, 행복, 사회를 보는 시선 등을 담았습니다.
책을 완성하고 보니 기자 활동을 하면서 쓴 글이 거의 절반 가까이가 되었습니다. 정말 이 책은 기자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완성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랜만에 온 제자의 연락,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다
제가 책을 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역시나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책을 내보는 지라 어떻게 책을 출판하는지 그 과정을 알지 못했고, 아는 출판사 관련 지인도 없었기 때문이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책출판사업 연수도 취소가 되면서 '내가 과연 책을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래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다행히 제 원고를 좋게 봐주신 출판사를 찾게 되어 예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제 책을 읽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주셨고, 예쁘게 책의 내지와 표지를 디자인해주어 정말 책다운 책을 만들어 주셨죠.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리고 책을 인쇄하기 며칠 전 저에게 반가운 제자가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어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5학년 담임교사 때 여제자였습니다.
'선생님, 저 이번에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스승의 은혜라는 주제로 생활수기 공모전이 있어서 선생님과 지냈던 이야기를 썼는데 장려상 받았어요!'
그냥 연락해준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데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저는 어떤 글인지 궁금해서 글을 보여달라고 했고, 장문의 메신저를 통해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아내, 제 주변 사람도 제자의 글에 감격했죠.
"스승은 나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숨기거나 아끼지 않고, 제자들에게 베풀어 주는 모습이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다고 느껴졌다."
제가 한 진심 어린 말과 행동이 아이들에게 수년이 지난 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전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지금까지 교사 생활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 화, 스트레스가 눈녹듯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습니다. 정말 교사로서 엄청난 보람을 안겨 준 고마운 글이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제 책에 싣기로 했습니다. 이미 편집 작업이 다 끝난 상황이었지만, 너무 제 책 주제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출판사 편집자 분께 간곡히 부탁을 드려서 책 마지막에 '응원의 글'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제자가 책을 보면서 자신의 글이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행복해집니다.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께 위로와 희망이 되길
코로나 19로 인해서 교육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교육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시기도 하고, 아이들 간의 학습 격차가 매우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와 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이다보니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 사회 어른들까지 모든 교육주체들이 우리나라 교육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교육에 따뜻함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렇게 초등교사가 되었습니다' 책이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분들께 위로가 되어주고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