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식 교수의 교사 회복력 키우기]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히 수용하라

2021.02.04 15:02:36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코로나 블루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겪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어느 때보다 심리방역이 중요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본지는 ‘교사의 회복력 키우기’ 칼럼을 연재한다. 우리나라에 긍정심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우문식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이 교원들의 심리방역을 돕는다.

 

 

지금 세계는 1년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에겐 두 가지 심리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역경(Adversity)을 겪으면서 불안, 분노, 무기력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역경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며 더 강해지는 것이다. 
 

똑같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더 강해진다. 교육 현장에서 교육과 방역,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회복력(Resilience)의 차이이다. 회복력이란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고 심리적 근육을 키워서 더 성장시켜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조앤 보리센코는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새로운 종류의 환경 선택이 인류에게 시작될 때 세상을 주도하는 사람은 우울, 불안, 분노, 죄책감, 당혹감 등의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과 어떠한 역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는 회복력이 강한 사람을 말한다.
 

필자는 2003년 긍정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긍정심리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얻은 결과 중 하나는 행복이든, 성공이든, 건강이든 가장 중요한 기본 체력은 회복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복력을 어떻게 키울까? 다행히 지난 20년 이상 하버드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인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회복력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역경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선 회복력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회복력 사고, 회복력 능력, 회복력 기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회복력 사고 중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히 수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자. 
 

당신은 코로나19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나만 겪는 것이 아니야, 다른 사람도 힘들어”라고 합리화하는가?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아, 곧 좋아질 거야”라고 위기를 부정하는가? 저택에서의 아름다운 삶과 긍정과 낙관의 말만 되뇌고 있진 않은가?
 

2001년 9·11 사태 당시 글로벌 금융기업인 모건 스탠리 사례를 보자. 9·11 사태가 발생하기 8년 전 모건 스탠리가 입주 해 있던 세계 무역 센터(WTC)에서 폭탄이 폭발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모건 스탠리는 자신들이 입주한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의 상징적 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그때부터 모건 스탠리는 직원들을 훈련시켰고 사고가 발생할 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장소를 외부에 3곳을 만들어 놓았다. 그로부터 8년 후 9·11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모건 스탠리 임직원 2700명은 무역센터 남쪽 건물에서 근무했다. 다행히 먼저 테러 공격을 당한 곳은 북쪽 건물이었다. 공격이 시작되자 모건 스탠리 직원들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비상구로 탈출을 시도했다. 15분 후 남쪽 건물에 테러를 시도해 붕괴됐지만 이미 모건 스탠리 직원들은 보완 책임자 등 7명을 제외하고 모두 대피한 후였다.
 

이 사건은 역경을 겪었을 때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하게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해 준다. 지금 자신과 주변, 당신이 맡은 학급을 돌아보라. 당신은 상황을 사실 그대로 직시하고 수용하는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막연하게 희망적인 생각만 하고 있진 않은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일시적으론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심각한 심리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역경을 겪으면 가장 먼저 미래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그다음 자신의 권리 침해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상실에 대한 슬픔을 느낀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증으로 연결되며 개인과 세상, 미래를 모두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 또한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 현실을 직시하고 단호하게 수용해라. 단기적으로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르나 궁극적으론 당신의 삶과 행복을 지켜 줄 것이다.

한국긍정심리연구소 소장, 커넬대 한국캠퍼스 상담학 교수 겸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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