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매년 증가세였던 청소년 도박문제가 지난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휴교 등 돈내기 게임 참여 기회가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가정경제의 위축과 용돈 감소 등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청소년들이 도박에 참여할 기회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29일 온라인으로 ‘제1차 도박문제 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청소년 도박문제 2.4%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해 청소년들의 돈내기 게임 경험률은 지난 3개월 기준 18.5%였으며 평생 기준은 20.9%로 2018년 28.4%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뽑기 게임’의 경우 23%에서 12.4%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카드나 화투 게임 역시 8.3%에서 4.4%로 감소했다. 특히 청소년의 10명 중 6명 이상(62.7%)이 코로나19 이후 돈내기 게임의 횟수가 ‘줄었다’(많이 줄었다 58.6%, 조금 줄었다 4.1%)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제를 맡은 박애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구부장은 “등교수업 중단에 따라 도박 참여 기회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등·하교 길에 접할 수 있는 대표적 오프라인 돈내기 게임인 ‘뽑기’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스포츠 경기들도 연달아 중단되면서 관련된 돈내기 게임 기회도 감소해 스포츠 내기 참여율도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박 부장은 등교 중단과 온라인 수업으로 또래 영향력이 감소하는 등 청소년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도박 행동의 사회적 전파 경로가 차단된 것이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가정경제가 위축과 함께 청소년들의 용돈이 감소한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코로나19의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했다. 박 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및 등교학습 제한은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감을 추동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도박 행동이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재학 중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학업과 놀이활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2015년 8.1%에서 2020년 11.7%로 뚜렷이 높아지고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심각한 도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돈내기 게임 참여 경험이 점점 저연령화되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도박 예방 교육의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소년 도박의 사회적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SNS가 대중화되면서 불법 도박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여러 유형의 도박이 ‘스포츠 베팅’, ‘게임’ 형태로 자리 잡아 청소년의 거부감과 경계심을 낮추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도박문제관리센터를 이용한 인원도 2014년 65명에서 2019년 1459명으로 22배 가까이 폭증했다. 도박이 10대들의 사채나 대포통장, 대리 베팅 등 이차범죄와 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배민호 서울 전일중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인권과 자유권 보장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도박 행동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해 가져가면 교사를 절도로 신고하거나 아동학대로 신고해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배 교사는 “아직 학교 현장에서 도박에 대한 인식이 생소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도박은 적발이 쉽지 않다”며 “향후 다양한 교과와 연계해 도박에 대한 인식 및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지원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