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내년 사립학교 교원 신규채용에서 교육청에 위탁채용을 하지 않고 법인이 자체 채용을 할 경우 교사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고 법정부담금 전액을 법인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반발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 ‘2022학년도 사립학교 교원 신규 채용 협의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급학교에 시달하고 정규 교원 신규채용 시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관할청과 과목별 채용인원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공문에 따르면 1차와 2차 시험, 교직 적성 심층면접 등을 모두 위탁하는 사학에는 교당 5000만 원의 교수학습 기자재 구입비와 500만 원의 법인 운영 경비, 시설 개선사업 지원은 물론 재정결함보조금 감액 금액 범위 내에서 학교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법인 자체 채용을 할 경우에는 신규 채용 교원의 인건비와 학교 법정부담금 전액, 전형 및 채용 소요경비 전액을 학교가 부담해야 한다.
교총은 25일 교육청에 건의서를 내고 “위헌·위법적인 행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사학의 교사 채용 비리는 엄중 조치해 근절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빌미로 모든 사학에 사실상 위탁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법이 보장한 자율성, 인사권을 침해하고 교육청이 모든 사학을 통제하겠다는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사학계도 반발하고 있다. 대한사립학교장회는 “재정결함보조금의 본질은 사립학교가 국가 평준화 교육정책에 편입되면서 수업료 징수를 통제당한 데 대한 부족분을 보전하는 것인데, 채용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립학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 동조 제6항 또한 학교 교육 등 교육제도와 교원 지위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립학교법 제53조의2(교원의 임용) 제1항에 역시 교원은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임용한다고 돼 있고 동조 제10항은 교원 신규채용의 경우 공개채용으로 하며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 강경원 변호사는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높이고자 제정된 ‘사립학교법’ 입법목적에 비춰보면 법인의 자체적인 교원 채용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주성을 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할 경우만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사학 옥죄기는 국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9일 신규 교원 채용 시 교육청 위탁(1차 시험)을 의무화하고 학운위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 없이 통과시켰다.
하윤수 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24일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서 “사립학교 말살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 회장은 “사학 운영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사권과 재정권을 다 침해하고 통제한다면 법인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국회는 일방적 처리로 헌법소원 등 갈등만 초래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대안 마련을 위해 사학 측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본회의가 예정된 30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