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과 관련해 사업 철회를 희망하는 학교의 경우 추진 계획을 보류하고 숙의 과정 등을 거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교육청은 15일 “개축 대상학교 중 철회를 희망하는 경우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학교별로 의견 수렴 등의 숙의 과정을 거치게 한 후 철회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미 철회를 요청한 9개교에 대해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되, 건물 안전등급이 C등급 이하인 건물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안전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결정을 존중하되 학교 시설물에 대해 안정성을 검토한 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업 대상 학교를 선정해 일괄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던 기존 태도에서 돌아선 것이다. 시교육청은 당초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231개교를 개축·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35개교에서 개축 공사에 돌입하려 했다.
그러나 개축 대상 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하면서까지 거세게 반발하자 시교육청은 철회 희망 학교의 경우 사업 추진을 보류하는 결정으로 선회했다.
학부모들은 공사 기간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혁신학교로의 전환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날도 학부모들은 시교육청 앞에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희연 시교육감은 사업 추진 당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14일 자신의 계정 페이스북에서 “사업 추진과 관련해 학부모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대상 학교 및 학부모 등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나갈 예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소통 미흡을 인정했다. 1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가상설계 및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유 부총리는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일들과 관련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세심하게 챙기고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부 학교에서 문제가 된 부분에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소통과 협의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사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시작 전부터 우려를 샀다. 지난해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교육계 파문을 일으켰던 ‘학교공간혁신사업’이 이름만 바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종합 추진계획’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지난해 담당 파견교사의 장관 정책보좌관 사칭, 연구사 직함 사용, 장관 관사에서 업체 접대, 교육부 팀장의 업체 법인카드 사용, 사업자선정 특혜, 대행 전문기관의 셀프 심사 등 논란 끝에 사안 감사를 받고 제도 개선과 관련자 징계를 요구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