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제비꽃의 계절, 10가지만 알아볼까요?

2022.03.07 11:30:00

 

3월이 오면 민들레·꽃다지를 시작으로 노루귀·산자고·봄맞이 등 많고도 많은 야생화가 피어난다. 3월 중순쯤 길가에 제비꽃까지 보이기 시작하면 완연한 봄이다. 가만히 보면 제비꽃들도 저마다 꽃 색도 다르고, 잎 모양도 다르다. 보라색도 있고, 흰색도 있고, 잎 모양이 넙죽한 것, 길쭉한 것 등등 제각각이다. 제비꽃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이다. 웬만큼 꽃 공부를 한 사람도 제비꽃에 이르면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제비꽃만 60가지 안팎이 있는 데다 다양한 변종까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같은 종이라도 변이가 심해 뚜렷한 구분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해마다 3~4월이면 제비꽃앓이를 하고 있다. 그냥 노랑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같이 특징이 뚜렷한 제비꽃만 알고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3월이 오면, 길가에도 산에도 나타나는 제비꽃들을 보면 또다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제비꽃 공부는 할수록 끝이 없는 것 같지만, 우선 서울 등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비꽃 5가지,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그나마 특징이 뚜렷한 제비꽃 5가지 등 10가지만 알아보자.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

먼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비꽃 5가지 중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는 제비꽃은 서울제비꽃이다. 잎이 둥근 달걀형으로, 잎 폭이 넓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잎맥이 밝은 연두색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넓어야 서울제비꽃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보다 보면 감이 생길 것이다. 서울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경기도 등 중부권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그냥 제비꽃. 제비꽃은 사진과 같이 잎자루나 꽃자루에 털이 없이 매끈하고, 잘 보면 꽃잎 안에는 털이 나 있다. 사진에서 보듯 꽃 색이 진한 보라색이다. 꽃자루 색깔은 연한 편이다. 또 제비꽃은 잎자루가 잎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길다.

 

반면 호제비꽃은 잎자루·꽃자루·잎에도 가는 털이 덮여 있는데 꽃잎 안쪽에는 털이 없다. 제비꽃과 정반대다. 그러니까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이다. 그래서 제비꽃은 잎에 털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 호제비꽃은 잎의 잔털 때문에 뿌연 느낌을 준다. 제비꽃 색은 진한 보라색이지만 호제비꽃은 연한 보라색이다.

 

감이 좀 잡히는가. 위 제비꽃 세 가지를 바로 구분할 수 있으면 중수 이상일 것 같다. 솔직히 필자도 스마트폰 메모에 제비꽃 별로 특징을 적어놓고 제비꽃 종류가 보일 때마다 맞추어 보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산에서도 제비꽃을 척척 맞추는 분들, 특히 ‘민둥뫼~’ 같은 제비꽃 종류를 알아보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도심 제비꽃 중에서 꽃 색이 흰색인 것도 있다. 이중 상당수는 흰젖제비꽃이다. 흰젖제비꽃은 흰꽃 중에서 도심에 가장 흔한 제비꽃 같다. 잎이 넓은 삼각형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꽃이 젖처럼 흰색이라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모든 것이 제비꽃과 똑같고 꽃 색만 흰색인 것이 있는데 이것은 흰제비꽃이다.

 

종지나물 사진을 보면 익숙한 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제비꽃 중 유일하게 사람이 재배하는 종이다. 미국에서 도입해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꽃과 하트형 잎이 모두 크고, 연보라색 무늬가 꽃잎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종지나물은 화단에 머무르지 않고 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종이다. 그래서 이제는 화단에서만 아니라, 봄이면 누가 심지 않아도 저절로 꽃을 피우는 귀화식물이 됐다. 독특한 이름은 잎이 필 때 심장 모양의 잎이 동그랗게 말려 나오는 모습이 종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노랗고, 하얗고, 진달래빛까지 걸음을 멈춰 세우는 산 속 제비꽃

다음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 중에서 그나마 특징이 뚜렷한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금강제비꽃 등 5가지다. 먼저 남산제비꽃은 4~6월 산에서 흰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이다. 잘게 갈라져 있는 잎 모양(정확히는 잎이 3~5갈래로 갈라지고, 그 갈라진 잎이 다시 깊은 톱니로 갈라짐)이 독특해 다른 제비꽃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남산제비꽃은 맑고 그윽한 향기가 있어서 더욱 좋다. 남산에서 처음 발견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는데, 한·중·일 이름이 똑같은 데다, 남산이라는 지명이 흔하기 때문에 서울 남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다.

 

고깔제비꽃도 특징이 뚜렷해 구분이 쉬운 편이다. 잎이 처음에는 고깔처럼 말려서 나오다 점점 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꽃 색깔이 진달래꽃 색깔과 비슷하다. 둘은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다. 노랑제비꽃은 한번 보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다. 4~5월 북한산에 가면 등산로를 따라 엄청 많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제비꽃들이 노랑제비꽃처럼 구분하기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알록제비꽃은 잎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에 가다 이 꽃을 보면 잎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알록제비꽃은 분홍색에 자주색을 약간 섞은 듯한 꽃 색을 가졌다.

 

금강제비꽃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한 제비꽃이다. 강원도 고산지역 해발 700m 이상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설악산·함백산·오대산 등에 가면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비꽃이다. 금강제비꽃은 새잎이 돋을 때 가장자리 양쪽이 말려 올라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깔제비꽃 등도 잎이 말려 올라오지만, 잎 아래쪽이 말리는 깔때기 모양이다. 금강제비꽃은 잎 양쪽이 말리는 특이한 모양을 갖고 있어서 그나마 구분하기 쉽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제비꽃은 종류만큼이나 다른 이름도 참 많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가면 ‘제비꽃’이라는 추천명 아래 다른 이름이 10개가 넘게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오랑캐꽃이 있는데,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북쪽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 밑부분이 길게 튀어나온 모습(꿀주머니. 식물 용어로 ‘거’)이 오랑캐 머리채 같아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이밖에도 키가 작아 앉아있는 것 같다고 ‘앉은뱅이꽃’, 꽃 모양이 장수들이 씨름하는 것 같다고 ‘씨름꽃’ ‘장수꽃’ 등도 있다. 이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친근하다는 뜻일 것이다.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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