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은 든든한 방패…“불안하고 외로울 때 제 편 돼 줬어요”

2022.04.14 13:02:49

교총 교권상담‧현장 지원으로
교권침해 극복한 A교사 사례

수업서 집단으로 교사에 대항
성희롱 등 모욕적 말 퍼부어
교사로서 자존감 무너져 내려

“절차‧지원 제도 등 알려주고
심리회복 과정까지 함께해줘”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A교사에게 지난해 9월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날이다. 남자 중학교에서 가정을 가르쳤던 그는 유독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패드립(패륜적 드립), 성드립(성적인 드립)이 난무하는 것은 기본이고 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아 2학기에 접어들수록 교직원 전체가 힘들어했다.
 

사건은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일어났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외설적인 욕을 했고, 다른 학생이 A교사에게 “선생님 00이가 ~라 그랬어요”라며 심한 말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도를 넘어선 욕설에 성적 수치심을 느낀 A교사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해당 학생은 ‘자기는 알려준 것일 뿐’이라며 지도에 불응하고 책상과 사물함을 주먹으로 치며 괴성을 질렀다. 흥분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돌변했고 반 전체가 똘똘 뭉쳐 A교사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그럴 거면 왜 교사 됐냐, 그만둬라, 우리에게 사과하라 등… 수업과 쉬는 시간까지 1시간 동안 집단으로 둘러싸여 모욕적인 말을 들었어요. 수업 종이 치자 자신들의 수업권이 침해당했다며 나가라고 했죠. 정말 치욕적이었어요. 그동안 쌓아왔던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무능해서 그렇다’며 자신을 탓하게 되더라고요.”
 

이후 동료 교사의 도움을 받아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 의사를 알리고 학교를 급히 빠져나왔지만 정신적 고통과 폭발적인 감정으로 그는 무엇을 할지 몰라 막막했다. A교사는 “그때 갑자기 몇 년 전에 교총에 가입했던 기억이 떠올라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며 “교권 담당자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앞으로 해야 할 일과 절차 등 교사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고, 외롭고, 무서웠던 그 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따뜻하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는 제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줬고 안전한 피난처를 얻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교권보호 휴가와 공무상 병가를 받고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교총은 바로 학교로 찾아와줬고 제 상황과 입장을 학교에 대신 전달해줬습니다. 피해 교사로서 당연히 받아야 하는 제 권리와 조치가 합당하게 내려질 수 있도록 방패 역할을 해줬죠.”
 

조치와는 별개로 A교사가 받은 상처는 오래갔다. 그는 반복된 공황 증상과 우울 장애로 지난 2월까지 병가를 썼고 교총의 안내를 받아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병행했다. 비록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까지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바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교사가 아이들의 권리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참는 교사였습니다. 교총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이 싫어 그냥 참고 근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과연 아이들이 잘못을 뉘우칠 기회가 있었을까요? 교총에서 ‘아이들을 진정 위하고 아낀다면 끝까지 가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엇인지 압니다. 비록 힘들지언정 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는 것을요.”
 

A교사는 지난 1일 의원면직을 하고 낮에는 학생들의 정서 발달을 돕는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상담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새 출발을 시작했다. 새로운 학교로 전근도 가고 많은 배려 속에 다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매일이 행복했지만, 학생들의 건강한 정서발달과 상처받은 교사들을 돕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점점 강해져 아예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그는 “학교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일을 찾아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불안하고 외로웠던 때 진정한 친구로 오직 제 편이 돼 준 교총의 교권보호 제도를 더 많은 교사들이 알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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