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텅 빈 국회’ 심히 우려스럽다

2022.04.19 12:59:57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들려오는 뉴스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아동들에 대한 성폭력과 살인 및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로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가 국제사회의 분노를 넘어섰다. 이에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누구나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인류의 중범죄라 말한다.

 

6.25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과거 3년간의 포화는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는 깊은 상처를 남겼고 수많은 이산가족을 낳았다. 허리가 잘린 한반도는 아직도 그대로 남아 역사는 당시의 교훈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금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1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한 화상 연설을 듣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전쟁의 희생자였음에도 국제질서 변화에 무감각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외 의회를 상대로 한 24번째 연설이었다. 하지만 의원 300명 중 50명 정도만 참석해 좌석 대부분이 비어 썰렁했음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알았다. 반면 일본은 710명의 의원 중 총리를 포함 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하여 한국은 국회의장단도 보이지 않았고 장소도 본회의장이 아닌 국회도서관 강당이었는가. 약 17분의 연설에도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며 딴짓을 했다. 이전 23개 국가에서처럼 공감과 연대의 마음의 기립박수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전쟁의 참상과 고통을 잊은 것인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호소한 바와 같이 우리는 1950년 전쟁을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요청한 러시아의 탱크, 군함,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군사 장비 지원은 고민이 따를 수 있는 난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만큼 함께 경청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먼저여야 했다. 특히 세계 10위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감안한다면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반면에 지난 주일 성당 새벽 미사가 끝난 후에 우크라이나 돕기 2차 헌금을 계수하는 봉사를 한 필자는 평소 특별 2차 헌금의 4~5배를 넘는 액수를 보고 일반인들은 얼마나 이 전쟁을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국제적인 연대에 참여하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 양일간에 걸친 5번의 미사에서 매번 특별 2차 헌금의 액수는 평소의 3~5배였다. 이는 예전에 없던 특별한 현상이라고 사무장은 놀라운 표정이었다. 정치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일반인과 정치인의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통해 필자는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우려다.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한국이 기사회생한 것을 잊었는가. 어느 나라보다 앞서 공조체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대한민국의 의무고 책임이다. 특히 작년 7월 역사상 유례없이 선진국에 진입한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또다시 이 땅에 전쟁의 광란이 발생한다면 국제사회가 우리를 등지지 않으리란 장담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의 정치·외교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텅 빈 국회’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선생의 경고와 같다. 정치인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모습은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을까 극히 우려하는 바이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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