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1반이 아닌 김선 선생님 반으로 불릴 날을 기대해봅니다. 초임 때 해외연수에서 부러웠던 점이 ‘1반’이 아닌 ‘Sunny’s Class’로 불리는 점이었습니다. 내 이름을 걸어놓은 교실 표찰. 멋지지 않나요?
저는 19년 차 현직 교사입니다. 오랜 시간 교육에 몸담으며 느낀 점은 너무나 대단한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과정, 평가, 교실 환경, 수업 재구성을 비롯해 노래, 악기, 그림, 운동, 코딩까지 그야말로 만능입니다. 이 만능의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면 얼마나 멋질까요? 수업 시간에 온전히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와 퇴근 이후 자기 계발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해 퇴직 이후에도 그렇게 배우러 다닌다고 합니다. 배워서 남 주는 것을 이미 몸소 실천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부족한 게 많다고 여길까요? 저는 ‘1반’이라는 이름 아래 브랜딩 하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튀면 안 되는 1반, 남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1반…. 만약 “김선 선생님 반’에 배정됐습니다”라고 하면 부모님들은 어떻게 느끼실까요? 그동안 해왔던 저만의 교육철학과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까요?
제자들과 학부모님들께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1년이 지나고 나면 자기 발전 열심히 하고 같이 성장하고 배려하는 반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 환경을 담당하는 2반 선생님과 협업하여 플로깅 경제교육, 국어 교과를 좋아하는 3반 선생님과는 경제 관련 토론주제 등을 함께 작성하고 있지요. 이렇다 보니 단 한 번도 “선생님만 왜 튀어요? 선생님 때문에 불편하잖아요”라는 쓴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같이 성장하기를 원했거든요.
교육은 교사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사끼리 힘을 합치지 않으면 교육은 커질 수가 없습니다. 그만하라고 했으면 저도 재능을 펼치기도 전에 위축됐을 겁니다. 지금 외부에서 우리를 교육 전문가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옆 반 선생님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랩 하는 교사로 유명했던 ‘달지’ 선생님은 많은 민원을 받고 자신 때문에 교육계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미안해하며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 많은 민원의 대부분은 현장 교사였습니다. 동료 교사였던 것이지요.
획일적인 1·2·3반이 아니라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반을 만드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왔는지를 칼럼을 통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선생님만의 콘텐츠와 스토리가 없다고요? 못 찾겠다고요? 잘 생각해봐 주세요. 선생님도 누구보다 공부 잘하셨고 아이들을 만나면 하고 싶었던 교육이 있었을 거고 앞으로 잘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 겁니다. 열정은 쏟아내는 에너지가 아니라 지속할 힘을 말합니다. 선생님 마음속에는 열정이 있나요?
교사가 됐으니 이제 되었다고 접어두지 마세요.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 내 안의 이야기, 지금까지의 교육경력, 앞으로의 나의 계획 등이 모두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박봉의 교사가 원하는 제2의 파이프라인이 될 것입니다.
조금씩이라도 서로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우리 공교육이 힘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스스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달지’ 같은 선생님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교육계의 획을 그을 선생님들 어디 없으신가요?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