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역사적인 실험으로 인하여 엄청난 비밀 하나가 드디어 밝혀졌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세계 교육계는 의도치 않게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전 세계 82% 초·중·고 학교와 대학이 동시에 문을 닫고 교육이 중단되었지요.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한국은 역시 우수한 교육자와 IT 인프라 덕분으로 잘 대처해 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밝혀진 비밀은 학교가 문을 닫아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 최우선 과제
물론 학교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지요. 팬데믹이 종료되어 학교가 정상화되어도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혁신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의 최우선 과제는 두 가지 잘못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첫째 잘못은 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의 ‘장기 성장’보다 ‘코앞 성공’을 위한다는 점입니다. 취약성은 외면하고 잠재력을 키우는 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력과 취약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한쪽이 커지면 양쪽 다 커집니다. 예를 들어 큰 잠재력을 지닌 영재아들이 불안증과 우울증 같은 취약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한국의 평균 학생은 세계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자살률도 세계 최고입니다. 학생들이 올곧은 정신력을 갖추어야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둘째 잘못은 그마저도 엉뚱한 잠재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인지영역의 능력을 최대로 계발해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많이 알고, 분석 잘하고, 계산 잘해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따라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의사와 변호사마저 로봇으로 대체되는 처지입니다. 이제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잠재력은 IQ(인지적 지능)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MQ(마음지능)입니다.
너무 흔해서 두루뭉술하게 사용되어온 단어지만 이제는 정신과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건강한 정신은 학생들의 안녕만이 아니라 창의력과 직결되어 있고, 마음은 4차 산업혁명시대 성장의 핵심요소라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성장의 핵심요소, 마음
정신건강의 중요함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우리 속담에도 나타나 있지요. 요즘 세상의 호랑이는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입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무쌍한 세상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기 쉽지요. 그러나 남이 만든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사람의 경우일 때 그렇습니다. 창의적인 인재한테는 오히려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말 신나는 세상입니다.
창의력은 정신 차린 상태에서 발휘됩니다. 정신을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비전’ 상태가 되고, 정신차림은 시야가 확 트이는 정반대 상태입니다. 보이지 않던 해결방안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 상태입니다. 기존 생각의 틀을 뛰어넘는 직관과 영감을 만날 수 있는 창의적인 상태입니다.
정신차림은 정신을 어디에 집중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게임이나 SNS에 정신을 집중하면 정신을 팔아넘긴 상태가 됩니다. 소비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너무 큰 값을 치르는 셈입니다. 반면 성공(돈과 명예와 권력)에 정신을 집중하면 ‘얼이 썩은’ 상태가 됩니다. 돈은 벌수록 더 벌고 싶고, 높은 곳에 올라가면 정상에서 영원히 있고 싶어지는 ‘어리석은’ 상태입니다.
그럼 정신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요? 당연히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무엇이 소중한지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정신 차린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하찮은 것에 정신을 집중하면 정신 나간 상태가 됩니다. 창의력이 아니라 잔꾀와 계략이 판치고, 결국 본인의 삶을 망가트리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국가를 위태롭게 합니다. 우리는 소중한 것에 정신을 집중하는, 올바른 시각과 비전을 지닌 인재와 리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계 최고 명문대 하버드가 추구하는 홍익인간 정신
소중한 것은 높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며, 순수한 우리말은 ‘고마’입니다. 무엇이 고마운 것인지 알아야 그 베풂에 감사(사례)하기 위해 기여하는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은 ‘기여할 줄 아는 인재를 선발하고 세상에 더 이롭게 기여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교육을 실시한다’고 학교목표를 매우 간단명료하게 제시하였습니다. 세계 최고 명문대는 우리 고유의 홍익인간 정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마음지능은 인지지능(IQ)과 정서지능(EQ)을 연결시키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능력입니다. 생각을 다스리는 논리와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가 합쳐진 합리적인 마음상태를 이루는 능력입니다. 사려 깊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는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와 감정을 관리하는 변연계 사이가 연결되어 함께 작동한다고 뇌과학 연구가 최근에 밝혀냈습니다.
그러니 마음은 학습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생각(정보와 사건) 중에 무엇을 기억해 둘까를 결정하는 판단기준이 바로 감정입니다. 구구단 같은 무미건조한 내용은 수백 번 반복해야만 간신히 머리에 기억되는 반면 강한 감정을 유발하는 내용은 자동으로 마음에 기억됩니다. 부정 감정은 더 멀어지고 긍정 감정은 더 다가가고 싶은 동기를 유발합니다. 아마 그래서 공자님께서도 논어 첫마디를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라고 학습의 즐거움을 피력하였나 봅니다.
그렇다고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공부가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공부는 어차피 어렵고 힘든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성장에 도움이 되면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성공전략을 내려놓고 성장전략을 세우자
성공하기 위해서 행복을 미루면 행복은 요원합니다. 행복은 성공의 결과나 대가가 아닙니다. 성공을 위한 교육이 우리 학생들을 세계에서 가장 큰 불행감을 느끼게 하고 취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성장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성장이란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가게 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나게 하는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그게 행복을 위한 교육이고, 성공적인 삶을 위한 교육입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정보화사회마저 훌륭하게 이루어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성공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에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성공전략을 내려놓고 성장전략을 세우고 실시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맑은 정신과 푸근한 마음을 지니는 2023년도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