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 교사가 청원24에 올린 아동학대법과 학교폭력법이 학교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글이 큰 공감을 얻고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온라인청원시스템인 청원24(www.cheongwon.go.kr)에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와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를 각각 지정해 올린 청원글은 10일 현재 약 2400건, 약 4700건의 의견이 달려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댓글의 대부분은 동의 의견이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한 글도 눈에 띈다.
청원인은 학교폭력법의 학교폭력 정의가 학교 내외의 장소를 포괄하고 있어 교사가 학교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까지 책임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파트 놀이터에 발생하는 싸움이나 학원 내 학생 간 다툼까지 학교에 전화해 해결해 달라고 하는 통에 교육에 투입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아동학대법 상 아동학대 정의에서 정서적 학대의 의미가 모호해 오히려 교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례로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해 교권보호위원회를 요구하면 역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해 학교와 교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특히 신고를 당한 교사는 즉시 분리돼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개인이 경찰 출석, 변호사 선임, 변론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이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 쓴 교사는 청원 글의 사례는 일반인에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교육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는 아동학대범으로 낙인찍혀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며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혔다.
해당 청원에 대해 현직 교사들의 의견이 줄이었다. 11년차 교사라고 밝힌 이는 “팔 다리 잘라놓고 교육하라고 해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며 “매일 매일 언제 아동학대로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얼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초등학교에서 학폭업무 담당이라는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열린 학폭담당자 연수 때 최근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교사가 많다며 학교폭력보다 아동학대를 조심하라눈 전달 연수 요청을 받을 정도”라고 실상을 전했다.
임 모 교사도 “수사권도 없는 교사가 아이들 사이의 모든 갈등을 조사하고, 학교 밖 사건까지 처리하느라 제대로 수업하기 힘든 지경”이라며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과 수업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학교밖 폭력만이라도 학교밖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시적으로 교사라고 밝히지는 않았으나 교사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글도 다수였다.
김 모씨는 “학교폭력법, 아동학대법 두 법 때문에 학생 문제에 깊이 관여하기 꺼려진다”며 정치권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최 모씨도 “공격적이고 비교육적 행동으로 다수의 학생을 방해하는 행위를 제지했다가는 아동학대에 휘말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교육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최 모씨는 “교사가 직접 목격하고 학생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건 외에 방과후, 주말, 보이지 않는 SNS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은 경찰이나 교육청에서 해결하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일을 적은 청원 글이라 현직 교사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총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이뤄냈고, 실제적인 보호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과 매뉴얼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