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는 산업구조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혁명적입니다. 그러나 교육계는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과정보다 결론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이배용(사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챗GPT를 바라보며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내비쳤다.
챗GPT의 편리성 자체는 인정했다. 어떠한 곤란한 질문에도 척척 답을 내놓는 AI 능력에는 감탄할만하다는 것이다. 이제 AI 튜터링으로 학생의 학력 격차 해소는 물론, 다양한 교육적 경험에 도움을 줄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답에만 몰두하는 현상은 교육계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 위원장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도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시했다"며 "시험성적은 70%에 출석은 30%였다.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AI 의존에 따른 인간성의 상실 여부도 고민거리다. 그는 "피가 흐르는 인간끼리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기술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위원장은 교육 현장에서 인간성, 철학 등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각박해지지 않고 따뜻한 학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업이 조금 뒤처진 학생이 다른 잠재력을 뽐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는 아픔이 없어야 한다"며 "따뜻하고 신뢰하는 분위기, 안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답게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예를 들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퇴계 선생이 경북 안동에서 ‘도산서당(도산서원의 전신)’을 열었을 때 직접 쓴 현판이 도산서원에 남아있는데, 한자로 산과 새를 형상화했다. 선생은 제자들이 높은 산 위를 날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님의 덕담이 유능한 인재를 만든다"면서 "새 학기에는 새싹들이 훨훨 날아오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