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해달라. 교육기본법에 유아교육이라 돼 있는데, 왜 유아학교가 아닌 유치원인가. 일제 잔재 용어 청산 차원에서도 서둘러야 한다.”
’유아학교명칭변경 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는 국회에 계류된 유아학교 명칭 변경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내용으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이들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국가적 교육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라”며 “교육계의 20여년 염원이자 일제 잔재 용어의 청산을 위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하는 법 개정에 국회와 정부는 협치하라” 촉구했다. 추진연대는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이 결성한 연대단체다.
교총 등 4개 단체가 연대한 이유는 유보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유아학교 명칭 변경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조금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0월 28일 유치원에서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6개월 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치원의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은 교육이 중심 되는 유보통합의 방향성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시급한 핵심과제”라며 “영‧유아기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이미 교육기본법에 ‘유아교육’이 명시된 만큼 이에 맞는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 추진연대의 입장이다. 유‧초등 교육의 연계라는 교육적 필요성에서, 유보통합의 교육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당연히 이뤄져야 할 명칭 변경임에도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홍길동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30년 동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재 잔재 청산을 위해서 유아학교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추진연대는 “일재 잔재 용어인 국민학교 명칭은 1995년 초등학교로 변경됐음에도 ‘요치엔(유치원)’은 여전히 유아학교라는 제 이름을 못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법 개정안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동안 오히려 일부 사설 유아학원과 어린이집이 유아학교 명칭을 사용하는 개탄스런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추진연대 대표단은 기자회견 후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실을 방문해 유아학교 명칭변경을 원하는 교원, 학부모 등 2만2422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와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청원서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0일까지 30여 일 기간 만에 달성한 것이다.
유 위원장은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는데 다른 여건상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교육부, 여당, 대표발의 의원 모두가 뜻을 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총 등은 “교육계 30년 염원을 외면하면 안 된다”며 “이번에는 자동 폐기 되지 않도록 힘써달라. 법안 심사소위원회에 하루빨리 올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