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맞춤형 학습엔 효과, 수업고립 우려도

2023.05.08 10:30:00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교과서가 2025년 도입된다. 영어·수학·정보교과부터 시작이다. 과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개인의 역량, 학생들의 배움 속도에 맞는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디지털교과서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인재로 키우고, 교사들은 학생과의 인간적 연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인성·창의성·비판적사고력 같은 이런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영국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교원의 업무경감, 학생의 학습성과 향상, 학교의 효율적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도 2019년부터 전국에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디지털팍트(DigitalPakt Schul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확산 속도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의 경우, 수학은 AI 튜터링이라는 맞춤형 학습 제공 기능으로 학생들의 맞춤 학습을 지원한다. 영어는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서 듣기 뿐만 아니라 말하기 교육을 강화한다. 또한 정보과목에서는 학부모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코딩 교육을 교육과정 내에서 실습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일선 학교들이 제대로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학교 유무선 통신망 등 인프라와 교사들의 역량이다. 교사들이 능숙하게 다루고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도록 연수를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기술만 있고 철학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속도보다 방향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AI 교육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다.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AI를 활용한 학생 개별지도는 물론 학생들이 유해 사이트나 앱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안전장치 구축과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교육도 교사 몫이다.

 

이번 호는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지털교과서를 다룬다. 새롭게 선보일 디지털교과서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방식으로 수업에 활용되는지 알아본다. 디지털교과서에 담기는 AI 기술 수준도 함께 다룬다. 이어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사례와 함께 미국·영국·호주 등 각국의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보급 현황을 살펴본다.

 

아울러 디지털교과서 등장과 함께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교사들은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모아 본다.

 

 

해외 여러 국가의 교육부에서도 디지털교과서와 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물론 모든 국가가 다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보다 학생진단과 학습분석 등의 성능이 더 우수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줌(Zoom)으로 대표되는 화상회의기능을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이 배워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하게 되었듯이 GPT로 대표되는 생성 AI 확산으로 인해서 AI 디지털교과서도 학교에서 서책형교과서와 함께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교무와 수업 등에 접목하여 사용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해외의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와 어떤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이 있는지 비교해 보고자 한다. 먼저 다른 점 세 가지를 꼽아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는 교과서, 해외에선 보조교재
첫째, ‘디지털교과서’의 의미가 다르다. ‘교과서’ 자체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발행사에서 교과전문가들과 함께 제작한 후, 교육부가 정한 심사기준을 통과하면(검인정) 교육청 혹은 학교의 선택을 거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대부분의 국가는 이러한 국가교육과정과 검인정제도 등이 아예 없거나 자유롭다. 그 선택도 개별 교사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국가주도형에 가깝고, 미국과 유럽 등은 민간주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서구 대부분 국가에서의 디지털교과서는 우리들의 관점으로는 ‘교사가 수업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디지털교재’와 같은 개념이다.


둘째,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가 다르다. 우리나라는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에 교과서 외에도 일부 문제와 참고자료가 포함된다. 교과서(디지털교과서)가 핵심의 주요 콘텐츠가 되지만 해외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디지털교과서는 여러 콘텐츠 중에 한 개다. 심지어 교사가 플랫폼 안의 콘텐츠를 재구조화해서 별도의 교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1학기 수업의 코스웨어를 만들기도 한다(<그림 1> 참고).
 


셋째, 교재와 학생들이 산출하는 다양한 교수·학습기록을 수합 처리하여 일부는 인공지능의 텍스트 마이닝 기술 등을 활용하여 그 결과를 교사와 학생에게 제시하거나 평가(CBT, 대학입학시험 포함)에 연결한다. 또 그 플랫폼은 전체적으로 웹페이지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는 별도의 뷰어를 통해서 교과서의 틀과 내용 배치를 그대로 유지하지만(<그림 2> 참조),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더 많다. 웹기반의 경우 별도의 다운로드 등이 필요 없이 바로 보고, 그 안의 텍스트 등을 복사하기가 용이한 특징이 있다(<그림 3·4> 참조).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국가주도가 대세
반면에 우리나라와 공통적인 부분도 있다. 첫째, 교육부에서 직접 개발하거나 주관 및 지원하는 점이다. 민간주도형의 교과서 제도를 가지는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도 국가(교육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형세다. 코로나19와 인공지능 발전이 그 배경이 되었다고 판단되지만, 해외 교육부가 자세를 전환한 이유로 세 가지를 더 지적하고 싶다. 즉 가르치는 내용(교과서·교재 등)과 교수·학습(수업)을 통해 산출되는 콘텐츠들이 수합되어 통합적으로 관리 및 분석되어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준(표준)이 필요한 점, 대학입시로도 연계되어 활용될 수 있는 점, 일부 발행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기술이 들어가는 점이다(이외에도 교육평등과 교원양성 그리고 디지털 격차 완화 등의 목적도 생각할 수 있겠다).

 

둘째, 포함하는 기능들의 유사성이다. 사전진단과 사후평가 기능과 원로그인(SSO), 교사의 저작도구, 학생들이 산출하는 학습텍스트 분석, 일정관리, 콘텐츠 공유 등이다(<표 1> 참조). 이러한 기능들을 통해 교사의 학생 맞춤형 교수(Teaching)와 학생의 자기 수준과 적성 등에 맞는 학습을 지원하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기능 각각에는 기술과 정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학습텍스트 분석에는 밑줄이나 마커펜으로 표시된 텍스트를 수합하고 분류 및 요약해서 교사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구현된 경우도 있고, 진단 및 평가기능에는 학습진척도와 성취도 및 질문 등의 기록을 통해 학생의 학습유형을 자동으로 분류해 주는 기능도 있다. 또한 일정관리기능에는 학교와 교사 및 학생의 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 및 공유하면서 학생이 보다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자인도 있다.

 

 

셋째, 국가교육과정이 있는 국가에서는 플랫폼 안의 교수·학습내용에 대한 표준을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서 접근하는 점이다.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표준에는 기술 표준과 내용 표준 등이 있는데 그 중 내용 표준은 여러 디지털교과서와 교재의 내용을 통일된 기준으로 분류함으로써 설령 발행사가 다르더라도 통합적으로 처리 및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내용 표준을 위해 교과서 내용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기준(학습요소 혹은 기본단위)을 가진 국가들은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활용하고 있는데, 싱가폴과 호주 그리고 일본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볼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위해 고려할 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디지털교과서를 위해 고려할 점 세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개별맞춤형 학습촉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점 극복이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개별맞춤형 교수·학습이 촉진됨에 따라 교사에게는 보조교사로서, 학생에게는 튜터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반면에 학생이 수업에서 고립될 우려도 있다. 같은 교실 공간에 여러 명이 함께 협력하면서 끈기와 공감 등의 비인지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수·학습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 인공지능이 가지는 대화형과 질문 중심 및 텍스트기반이 주는 장점 뒤에 발생할 수 있는 단점 극복이다. 가장 먼저 과의존이 될 수 있고, 정보 편향성 및 반복적 질의응답으로 천천히 음미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소홀해 질 수도 있다.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챗GPT에 대한 교육적 가능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수업 모색뿐만 아니라 교원연수 및 교원양성과정에서의 정책적 고민도 요구된다.
  


셋째, 디지털교과서는 교사와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사와 학생 및 보호자(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관리자(교장·교감·교육청 등)와 정책입안자(교육부) 및 연구자(대학교수)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디지털교과서 플랫폼을 통해 교수·학습 데이터와 콘텐츠가 선순환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재가공 및 활용할 수 있다. 에듀테크의 기술 개발 및 해외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표 2> 참조).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와 저작권 등에 대한 주의와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이 수반되어져야 할 것이다.

 

조규복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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