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폭언·폭행으로부터 교사의 교육권을 지켜달라는 50만 교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정쟁으로 교권보호 입법이 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교사들의 절박함에 공감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른바 ‘교권 4법’ 개정안의 법안 심사, 처리를 추진했으나 여야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무산됐다. 이날 처리하려 했던 개정안은 1일 여야는 물론 정부·시도교육감이 참여한 ‘교권 입법 4자 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여야는 합의한 사항을 6일 만에 스스로 부정한 셈이 됐다. 특히 여야는 지난달 세 차례 열린 법안심사 소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당초 3일 교육위 전체 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추가 논의 요청으로 연기된 바 있다.
현재까지 아동학대 관련 조사나 수사를 할 때 교육감의 의견을 경청하는 사항이나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축소, 은폐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은 교권 입법 4자 협의체에서 합의되고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의결된 상태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이 교권 침해와 별도로 아동학대를 다루는 위원회가 필요하는 의견과 교권 침해 관련 비용 부담을 한국교직원공제회로 위탁하는 사항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며 논의가 길어지다 결국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야가 2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교권 관련법을 처리하는 것을 합의한 만큼 일정이 촉박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논쟁과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는 자세다.
이태규 국민의힘 간사는 “본회의 15일 전에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돼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며 “합의된 내용이라도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번 주에 소위나 전체회의 일정을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에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침해와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선생님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데 정치권이 현상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조속한 법개정 추진을 통해 교육계의 염원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