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은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미야 씨가 운영하던 잡화점에 세 명의 도둑이 숨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둑이 숨어든 밤, 잡화점에는 상담편지가 도착하고, 도둑은 그들의 상담편지에 답장을 써준다. 상담편지는 나미야 씨가 죽기 전 잡화점을 운영할 때, 동네 아이가 보낸 상담편지에 답을 해주면서 시작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상담편지가 오고, 나미야 잡화점에 머무는 과거의 나미야 씨와 현재의 도둑이 내담자에게 적절한 조언의 답장을 보내면 내담자의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대부분 내담자는 나미야 씨와 도둑의 조언을 듣지만, 자기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고는 상담해 준 사람에게 결정에 도움을 주어 감사하다거나, 원망하는 답장을 보낸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편지를 쓰면서 인생이 어떤 지도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긴 시간 답장을 보내며 나미야 씨가 체득한 지혜를 마지막 상담편지에 기록한다. 바로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 한다’는 내담자의 상황을 살핀 문장이었다.
흔히 삶을 길로 표현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길을 걸어간다. 걸어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잊어버린다. 그러나 우리가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여 써보는 일을 지속한다면 잃어버렸던 길을 찾을 수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상담편지를 쓴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상담자에게 자신의 상황과 상태를 설명하는 글을 쓰면서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고 움직인다.
수업을 시작하며
2학년 창의적체험활동 진로수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그림·그림책·책·영상 등 지도에서 나의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한다. 재료를 읽고,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하고 정리하여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진다.
나에게만 쓰는 글은 앞뒤 사정 설명이 빠지거나 상태만 기록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으니 그래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글은 나를 충분히 들여다보게 하지 못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해 글을 쓰면 조금 더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된다.
이 글을 타인에게 보여줄 것은 아니지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명확하게 자신의 지도와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