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업무를 보다가 틈틈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복지 관련 업무는 지자체 업무입니다. 학교를 왜 지자체 업무 대행창구로 사용하나요.” 한국교총에서 행정업무 현황 및 실태조사 중 나온 교사들의 대답 중 일부다.
비본질적 행정업무 경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교총은 9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비본질적 행정업무 현황 및 실태조사를 위해 패들렛(Padlet)을 통해 현장 교원들의 의견을 받은 결과 학교 교원의 행정업무 부담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들이 경험한 비본질적 행정업무에 대해 ▲각종 품의, 계약, 정산 등 회계 행정업무 ▲시설관리, 환경위생, 안전 ▲각종 인력 채용관리, 학부모회 관련 행정업무 ▲정보 관련 업무 및 정보화기기 구입 유지 보수 관련 ▲정원 외 학적 관리, 저소득층 지원 업무 등 총 5개 주제로 의견을 받은 결과 817건이 접수됐다. 각 의견에 댓글과 동의까지 포함하면 1500여 명이 참가했다.
본지가 지난 4회에 걸쳐 교총에 접수된 현장 의견을 소개한 바와 같이 실제로 학교 교원의 행정업무 부담은 심각하다. 수업과는 전혀 무관한 업무로 수업 및 학생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교원들이 떠맡고 있는 업무는 ▲방과후학교 인력 채용 및 복무 관리 ▲학생 태블릿 고장 수리 접수 ▲미취학 아동 소재 파악 ▲이민 간 학생 학적관리 ▲학교 정화구역 순찰 ▲원어민 강사 전세 계약 대행 ▲몰래카메라 탐지 등이었다. 답변자들은 억지로 떠맡은 업무에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등 2중고를 토로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 내 매점 운영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금계산서 발행, 물품 발주 및 정산까지 교사 본인이 매일 처리했다. 과학실, 도서관, 돌봄교실 등 리모델링과 관련해서도 업체선정, 계획 수립, 협의회 개최, 공사 진행 상황 점검까지 교사 업무였다. 교육청은 예산만 내려줄 뿐 모든 공사 과정이 교사에게 떠넘겨졌다.
학부모회 관리도 담당 교사 몫이다. 학부모 동아리 운영에 있어서도 품의부터 물품 구매 관리, 교실 뒤처리까지 도맡았다. 학생 복지 사업과 관련해 약 100명에 달하는 학부모들의 계좌번호를 조사하고, 장부까지 만들어 일일이 관리하기도 했다. 심지어 5년 전 이민 간 학생의 출입국사실증명을 위해 해외에 거주 중인 학부모에게 연락했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교원들은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행정실과의 업무분장을 명확히 할 것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학교 시설 관리나 인력 채용관리에 있어 행정실에서는 예산만 지급할 뿐 실질적인 업무는 교원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총은 이 같은 현장 의견을 토대로 비본질적 행정업무 경감을 위한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해당 과제를 요약해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해결 방안도 제시한다.
이재곤 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원은 학생 교육을 위한 교육자이지 계약업체를 선정하고 품의를 올리는 행정가가 아니다”라며 “교사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고, 학생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